'깜깜이' 전월세 시장, 거래정보 양성화 가능할까
'깜깜이' 전월세 시장, 거래정보 양성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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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제=실명제'를 통해 건전성·투명성 확보 가능···피해 최소화 위해 심층적·구체적 논의 필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민간주택 임대차 시장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과세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의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음지에 있는 전월세 거래정보를 양성화시켜 과세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게 뼈대다. 다만, 어려운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임대인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점진적인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에서 임대 목적 개인 보유주택 673만가구 가운데 공부상 임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153만가구(22.8%)에 불과했다. 서울에선 임대료 파악이 가능한 주택 118만5000여가구 중 41.7%(49만5000가구)에 그쳤다. 지방의 경우 478만2000여가구 중 임대정보가 없는 주택이 약 378만7000가구로 79.2%에 달했다.

현재 민간주택 임대차시장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 확정일자를 통해 파악하는 내용이 전부다. 이를 제외하면 전월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 보증금이 소액이어서 보증금을 보호할 필요가 적거나, 보증금이 고액으로 자금 출처 및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매매거래는 신고제가 의무로 적용돼 과세체계가 제대로 구축된 반면, 임대거래는 신고 의무가 없는 탓에 전월세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전월세도 매매거래처럼 실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올해 상반기 안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행과 같은 자발적인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정책으로는 임대시장 전반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올해 서울 집값 및 전세값의 안정세가 정부의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주택학회에서 개최한 '주택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 세미나에서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이중계약서 퇴출, 실거래기반의 공정과세 등 건전한 부동산거래의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임대차 시장에서도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청와대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도 "신고제가 도입되면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임대차 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한 통계정보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차 거래 신고제도를 도입해 정보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활용해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는 다주택자들의 주택소유 현황을 파악해 과세에 나섰고, 올해부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에 대한 분리과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돼 국내 전체적인 소득세 부과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하면 임대인 수입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세무당국은 손쉽게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정부가 최근 급진적인 과세 정책으로 선회함에 따라 임대인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고제가 도입됨에 따라 발생할 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점진적인 제도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전월세 신고제는 음성적 시장을 양성화시키는 것으로, 서민주거안정과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다"면서도 "다만, 현재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있기 때문에 일괄적인 과세가 적용된다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더욱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투명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되, 소득에 대한 과세는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신고기간을 금액별로 차등 적용한다거나, 지역별로 경기상황에 맞춰 점진적으로 도입해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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