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job)아라] 조원혜 에어부산 캐빈승무원 "8개월 독학으로 27살에 꿈 이뤄"
[잡(job)아라] 조원혜 에어부산 캐빈승무원 "8개월 독학으로 27살에 꿈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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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의존보단 본인 매력 녹여내는 것이 중요"
"고난이도 역할, 가볍지 않은 책임감에서 비롯"
조원혜 에어부산 캐빈승무원. (사진=주진희 기자)
조원혜 에어부산 캐빈승무원. (사진=주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항공시장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면서 항공 일자리 문도 활짝 열렸다. 그중 다양한 국가를 자유롭게 다니면서 수많은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인 승무원이 취업준비생 사이 각광을 받은 지 오래다.

올해 국내 항공사에서 채용하는 승무원 수는 약 4300명에 달한다. 항공사의 중‧장거리 신규 노선도 늘어나고 이에 맞춰 신규 항공기도 도입돼 승무원 채용 규모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그러나 실무 면접, 임원 면접 등 난이도가 요구되는 지원과정 때문에 승무원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항공서비스학과에 진학하거나 '승무원 아카데미'를 등록해 취직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중 8개월 독학으로 27살 나이에 당당히 에어부산 캐빈승무원에 합격한 조원혜(29) 씨를 만나봤다.

다음은 조원혜 에어부산 3년차 캐빈승무원과의 일문일답.

◇ 승무원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 시절 서비스와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서비스라는 직종이 단순히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한 기업의 품격으로 직종에 알맞은 지식을 갖춰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양한 나라를 방문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와 적합한 직업이 항공서비스의 꽃 '승무원'이라고 생각 들어 준비하게 됐다.

◇ 독학으로 어떻게 준비했나.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마음먹고 딱 8개월간 준비했다. 특히 외국어가 부족해 영어 토익 점수 올리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에어부산 캐빈승무원의 경우 영어성적은 커트라인 없이 보유하고 있으면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 세계 승객들을 마주하며 일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기본적으로 일상 회화는 가능한 실력이어야 한다. 그러니 최소 토익 600점 이상은 넘기는 것을 추천한다.

면접준비는 책이나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최대한 많이 찾아보고 예상 질문을 뽑아 혼자 공부했다. 요즘 인터넷에 정말 다양하고 많은 정보가 올라와 있어 승무원 관련 카페 2~3군데 정도만 가입해서 찾아보면 웬만한 정보는 다 수집 가능하다. 대부분 학원이나 개인 과외를 많이 받는데 그곳에 의존하다보면 오히려 자신만의 매력이나 포인트가 없어진다고 생각했고, 사실 등록비도 너무 비쌌기 때문에 독학을 선택했다. 결국 회사에서 원하는 건 꾸밈없는 본인다운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 하니 마냥 착한 이미지를 고수하기 보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진솔하게 잘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승무원은 '예쁜 얼굴'을 가져야만 합격률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전혀 아니다.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환한 미소와 그에 상응하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거울을 보고 나다운 미소와 말투를 늘 연습했다. 얼굴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마음에서 우러나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란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나?

서류지원 후 실무면접, 임원면접, 체력‧신체검사, 최종합격순이다. 실무면접의 경우 이 지원자가 승무원이란 직업에 있어 됨됨이가 갖추어졌는지, 체력관리는 평소 어떻게 하는지 등 조금은 가벼운 질문이 오가는 편이고, 임원면접의 경우 사장님과 승무파트 사무장님 등 임원 분들께서 직접 면접관으로 오셔서 항공업계에 관한 이슈,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방법 등 지식과 관련된 질문이 오간다.

두 번의 면접을 통과하고 나면 마지막 체력·신체검사가 남아 있다. 체력검사에선 25m 완영, 유연성, 악력, 배근력, 지구력에 대한 시험을 본다. 특히 수영에 자신감이 없는 분들이 많은데 수영속도가 빠른 것보다 물에 사람이 빠졌을 때 구해내는 능력을 가장 중요시한다. 기본적으로 물에 대한 공포심이 없어야 한다. 기본 자유형과 같은 종목은 회사에서 교육을 계속해서 실시하고 있다.

신체검사를 통해 비행하는 직업에 있어 질병이 없는지, 시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키는 항공사마다 상이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내 선반에 손을 뻗었을 때 닿을 수 있는 162cm 이상은 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문신(타투)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데 회사에서 명확하게 타투를 금지한다는 문구는 없으나 직무를 수행할 시 노출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승무원을 희망한다면 아예 새기지 않는 것이 좋다.

◇ 승무원 합격 후 실무에 바로 투입되나?

두 달 정도 교육훈련을 이수해야만 비행을 할 수 있다. 안전, 서비스, 방송교정 크게 3가지 교육으로 나눠 진행된다. 특히 안전을 가장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응급환자 발생, 비상착수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이는 실습평가로 이어져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 탈락된다. 특히 안전보안업무와 관련된 심폐소생술(CPS) 등 안전자격은 매년 이수해야 한다.

이외 서비스교육에선 승객 대우 등 기내서 대응하는 자세에 대해 배우고, 방송교정교육의 경우 회사에서 취항하는 각 국의 언어로 기내방송 억양과 발음을 배운다. 수료 후 기내 방송을 원하는 자에 한해 시험에 응시하면 a,b,c 등급으로 나눠진 방송자격코드를 받는다. 그중 가장 높은 레벨을 취득한 자가 사무장 지시에 따라 자격을 부여받은 뒤 기내 방송을 할 수 있다.

회사 자체에서 진행하는 언어 수업이 있으며 한 달에 두 번씩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끔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이 있다. 또 헤어, 메이크업 등 전문 아티스트로부터 본인에게 맞는 이미지메이킹 교육도 들을 수 있다.

조원혜 에어부산 캐빈승무원. (사진=주진희 기자)
조원혜 에어부산 캐빈승무원. (사진=주진희 기자)

◇ 직업에 사명감을 느낀 적 있는가.

하노이로 향하던 항공편에서 폐쇄공포증과 우울증을 동시에 앓고 계신 한 승객의 도움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당시 밤 비행에다 좁은 기내 공간에 있으셔서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으셨던 것 같았다. 새벽에 갑작스레 일어났던 상황이었으며 복용하는 약도 수하물로 보낸 상태였기에 환자분의 마음과 몸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드리는 역할을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미지근한 물과 담요를 통해 환자분이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손을 잡아드리며 눈을 맞추고 말에 귀를 기울였다. 착륙 후 승객께서 너무 감사하다며 안아주시는데 그때 처음으로 승무원이란 직업에 있어 사명감을 느끼게 됐던 순간이었다. 승무원의 역할은 포괄적으로 기내에서 필요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인 주 역할은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비행에 임하고 있다. 

◇ 승무원이란 직업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장점은 무엇보다 다양한 국가를 원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타 국가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달러로 체류비도 제공받을 수 있고, 근무시간도 타 직장인에 비해 적다. 또한 승무원 복지혜택 중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적용된다는 점도 꼽고 싶다. 최대 85~90%까지 할인된다. 또한 인원 비율로 보면 여성들이 많은 직업이다 보니 임신과 관련된 산후조리 휴가 2년이 주어지고 자연스레 복직이 가능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단점은 무엇보다 시차불적응과 건강이 아닐까 싶다. 스케줄은 보통 2달 전 쯤 미리 공지가 되는데 새벽 비행과 밤 비행이 연달아 있을 때가 가끔씩 있다.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적응이 잘 되지 않아 따로 요가나 스트레칭, 쉴 수 있을 때 잠을 푹 자는 편이다. 비행을 오래한 분들의 경우 대기압에 따라 발생하는 항공 중이염이나 척추측만증 등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있거나 좁은 기내를 다니면서 잘 부딪혀 타박상이 잦다는 점이다. 회사에선 이를 대비해 승무원 대상 주기점검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 이른바 '진상승객'을 만났을 때 대처법은.

생각보다 진상승객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그런 상황을 직면하면 승무원도 사람이다보니 많이 속상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대한 승객 입장에서 이해하려 노력하고 웃으며 대처한다. 누구나 돈을 내고 비행기를 타면 대우받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 심리이기에 그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다.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승무원의 역할이고, 프로패셔널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다만 엉덩이를 툭툭 치며 요구를 하시는 승객, 부가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해달라는 등 억지를 부리시는 승객에겐 단호하게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기내규정상 해드릴 수 없습니다" 등 이해가 되시게끔 말씀을 드린다. 이런 일들이 있다 보니 공감대가 가장 높은 동료들에게 의지를 많이 하면서 이겨낸다. 

◇ 승무원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를 뽑는다면.

책임감, 성실감, 체력. 이 세 가지로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특히 비행이 시작되면 업무분담이 딱 나뉜다. 방송담당, 기내식담당 등 본인 일에 대해 책임감과 성실함을 겸비해야만 동료들에게도, 승객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다. 또한 매 비행마다 스케줄이 유동적이기에 평소 체력을 기르고,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참, 정신력도 꼭 필요하다.

◇ 승무원을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겉으론 멋있는 근무복을 입고 다양한 국가를 비행하는 승무원일지 몰라도 내심 이겨내고 감수해야하는 고난이도 역할들이 많다. 그러나 그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뜻 깊은 가치를 늘 되새기며 비행하길 바란다.

늦은 건 없다. 대부분 25살이 넘어가면 많이 안 뽑는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으나 자신을 믿고 간절한 만큼 최선을 다하니 결국 나도 돌고 돌아 꿈을 이뤘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하고, 그 매력을 잘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승무원을 꿈꾸는 세상 모든 취준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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