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쥐 못 잡는 고양이 키우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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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산업은행 그늘 아래 있던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에 팔린다. 두 회사 간의 인수합병(M&A)으로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다행일지 모르지만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자신들이 배제되고 그 자리를 현대중공업 협력업체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글로벌 조선업계 1위라는 명예 뒤에 일감절벽이라는 공포가 드리울 수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건설도 매각하는 방침을 밝히고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국내 빅5 안에 드는 대우건설을 국내업체가 인수할 경우 초대형 건설사가 탄생하게 된다. 외국기업이 인수하더라도 건설업계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합병설까지 돌고 있다. 두 회사를 합병해 현대상선을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우량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인데 SM상선은 이 같은 설에 대해 "합병은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위적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보인다.

정부가 매각 초점을 덩치 키우기로 맞추면서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형사들과의 합병을 통해 안정감을 주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굳이 합병을 시켜야만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는지 묻고 싶다.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은 지난해 나란히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유동성을 개선하고 있다. 올해 출발도 그리 나쁘지 않다. SM상선도 현대상선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자기 영역에서 실적을 내고 있다.

그간 기업 합병이 시너지를 낸 경우도 많았지만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매각되는 기업이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개발 전성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대세다. 무조건 합쳐 크기만 키우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비대해지면 느려지고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쥐를 잡는 데 흰고양이든 검은고양이든 중요치 않겠지만 비대해진 고양이는 결코 생사가 달린 쥐를 잡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합병 이후 인력구조조정과 협력업체와의 거래 종료는 없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말처럼 당장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1년, 2년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실행하게 되면 그때는 막을 방법이 없다. 불법이 아닌 이상 정부가 사기업의 경영에 대해 관여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두 회사 간 합병에 빠진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협력업체와 지자체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조건 덩치만 키워 비만 고양이를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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