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을지로3가역 양성지 집터를 지나며
[김무종의 세상보기] 을지로3가역 양성지 집터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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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3가역 8번 출구 앞 표지석에 양성지 집터라고 써 있다. 평소엔 무심코 지나갔지만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 보니 양성지(梁誠之, 1415~1482)는 조선 초기 문인으로 무(武)의 중요성을 높이 봤다. 세종 때부터 성종 때까지 5대 40여 년간에 걸쳐 벼슬하며 집현전 학사, 이조판서, 대사헌, 대제학 등을 맡았다.

남원이 본관인 눌재(訥齋) 양성지는 600년이 지난 지금도 교훈을 주는 현인이었다. 조선의 제갈량으로 불린 인물이다.

특히 당시 성리학 기반으로 중국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보는 등 사대 사상이 극에 달했을 때에도 나라의 자주성을 강조했다.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눌재집」 '논군도십이사' 편에서 민족주체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고 우리의 역사에서 배우는 슬기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동방의 사람이 한갓 중국에 성(盛)한 것이 있는 줄만 알고 동국(東國)의 일을 상고할 줄 모르니 대단히 옳지 못하다”고 했다.

또한 양성지는 자칫 문약(文弱)에 빠질 것을 경계하고자 문무여일(文武如一) 정책을 주장했다. 문과 무를 똑같이 존중했던 것이다

아쉽게도 그의 진보적 의견은 생존 당시엔 왕은 물론 동료 신하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지만 지금 시대에도 곱씹어 볼만한 내용들이 있다.

북미 협상이 결렬되고 북한은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함인 지 하노이 회담 이후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정상가동 상태(normal operational status)로 돌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화는 열려 있다는 게 미국의 반응이고 북한도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북미 관계가 쉽게 나아가지 않는 형국이다. 우리로서도 남북 경협 등에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북한 외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4강이 주변에 있어 웬만한 외교력으로는 우리 뜻을 관철시켜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지혜와 전략이 그만큼 요구되는 것이다.

남북통일은 분명 호재다. 단기적으로 이뤄질 일도 아니기에 긴 호흡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누구는 남북통일이 가시화되면 현 주가가 두 배 이상은 거뜬히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동독과 서독 통일의 사례가 있다. 아난티 사외이사로 투자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도 전세계적으로 위기 징후가 와 있고 앞으로 닥칠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통일 이슈로 오히려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전자론을 주장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매우 난감한 시기다.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 만의 강점을 냉철히 파악하고 움직일 때다. 포장과 과욕도 금물이고 멀리 보고 하루하루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

최근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대한독립’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행사들이 도처에 열렸다. 양성지가 주장한 ‘자주성 확보’는 복잡한 대외 정세에 현실성 있고 3·1운동 정신에 부합하는 통일 전략을 짜는 데도 살펴볼 만하다. 중국, 미국 등 주변국을 무시하자는 ‘나홀로’ 자주성은 더더욱 아니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움직임, 한반도 아래 미일의 후방 군사력 강화 등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핵을 이용해 자주성을 더할 태세이고 우리는 무엇으로 할 건인가.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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