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일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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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에서도 종종 그랬지만 특히 이번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자주 삐걱댄다. 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 등에 대해 일본 정부는 사실 자체를 부정`은폐하는 데 주로 집중하느라 자국민들을 꽤 무능한, 혹은 역사에 무지한 국민으로 길들여 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일본 정부의 행위는 실상 그들이 근대화를 추구했던 메이지 유신 이후 늘 계속돼온 것이기는 하다. 그들의 정신적 구심적 역할을 한다는 메이지 신궁이라는 델 가보면 그런 일본의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 왔는지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일본 메이지 신궁엘 가보면 신궁 정문을 지나 처음 만나는 것이 일본 내에 있다는 몇 백의 각종 신(神)들을 한데 모은 일종의 만신전이다. 물론 만신전이라고 해서 무슨 전각이 있는 것은 아니고 몇 단으로 줄에 매단 이름표 붙인 등롱인 듯싶은 것들의 집합체가 신궁 건물을 향해 가는 길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아마도 메이지 천황 앞에 모든 신들이 부복하는 모양새를 연출한 게 아닌가 싶다. 즉, 그 모든 일본내 신들이 모두 천황에게 복속되었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동아시아에서 종종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인 야스쿠니 신사가 메이지 신궁에 부속돼 있다. 죽은 영혼들마저 모두 천황에게 복속시키려는 의도를 명확히 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모든 일본인은 천황에게 속한 속민이라는 상징성을 드러내는 배치다. 그렇다고 천황이 무슨 실권을 휘두르는 절대 권력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2차 대전 전범으로서의 일본 천황의 죄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나 역사적으로 일본에서 천황이 실질적 정치권력을 행사한 경우는 고대 사회에서는 혹 모르겠으나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일본의 집권자들이 천황을 앞세워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신들의 과오는 모두 천황 뒤에 숨겨두기 위한 구도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즉, 실권 없는 천황에게 죄를 물을 수 없는 점을 이용해 어떤 범죄적 행위라도 할 수 있는 면죄부를 얻으려는 장치로서 천황제가 존속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사에서 천황은 대개의 역사 기간 동안 정치 지도자라기보다는 종교지도자, 그보다는 종교적 상징으로 기능해온 듯하다. 그런 천황의 권세마저 소위 막부 시대라 불리는 봉건시대에는 유명무실해졌었다.

그런 천황을 부활시켜 정신적 구심점이자 정치적 상징으로 등장시킨 것이 소위 메이지 유신 주도 세력들이었다. 유럽에서 제국주의가 본격적으로 태동하던 18세기 말부터 유럽으로 많은 젊은이들을 유학시키며 메이지 유신을 기획했던 이들은 독일은 법체계, 영국의 정치체계 등을 받아들이면서 천황제를 중심으로 한 일본 제국주의의 토대를 닦고 주변국 침략을 시작했다.

그런 일본을 이끈 것은 몇 십 명 메이지 유신 주도 세력들이었고 대다수 일본인들은 그저 그런 변화들을 수동적으로 수용했다. 그런 상황은 이후 변하지 않았다. 2차 대전 패전 후 미국의 요구에 의해 민주주의를 수용하면서도 일본의 국민정신은 여전히 소수 엘리트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대다수 속민의 형태로부터 나아가지 못했다. 그것을 유지시키는 것이 자국의 역사적 과오를 은폐, 조작해 자국민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들에 대한 징용 피해자들의 미지급 임금 청산을 요구하는 한국 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그런 지속된 행태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마저 드러내고 있다. 아예 이를 빌미로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나 한국인에 대한 비자 문제 등으로 압박을 가하자는 주장도 힘을 더해가는 모양새다.

일본 우익이 앞장서서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런 우익의 주장은 평소 우익 단체들을 지원해온 일본 경제계조차 그다지 달가운 게 아닐 듯하다. 그러기엔 양국이 경제적으로 얽혀있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제도 변경까지 요구하는 모양이지만 그러기엔 아마도 한국보다 일본의 손실이 더 클듯하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의 씀씀이는 줄어든 반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들의 씀씀이는 여전하다는 소리도 들리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정부를 질타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려면 그런 실상부터 제대로 파악했으면 싶다. 대외관계는 그야말로 국익과 직결된 문제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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