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떠나는 '큰어른'···재계 세대교체 가속
연이어 떠나는 '큰어른'···재계 세대교체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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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 회장 최측근 권영수·신학철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현대·기아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후 대표이사로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발인식이 끝난 후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발인이 끝난 후 운구행렬이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서예진 기자] 산업화 이후 지금의 글로벌 기업의 뿌리를 다진 재계의 '큰어른'들이 최근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또한 건강 악화, 경영승계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난 재계 총수들도 있다. 이에 따라 재계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그룹은 이미 40~50대 젊은 총수가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말에는 삼성가 맏이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세상을 떠났으며, 이달 3일에는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인희 고문의 남편이자 '삼성가 맏사위'인 조운해 전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도 이달 4일 아내의 뒤를 따랐다. 

이인희 고문과 박용곤 명예회장은 모두 지금의 한솔그룹과 두산그룹의 기틀을 다진 인물들이다. 이인희 고문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로서 국내의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으로 꼽혔다. 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은 인재를 중시한 경영으로 '글로벌 두산'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들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됐지만 그간 재계의 큰어른 역할을 해온터라 많은 재계 인사들이 애도를 표했다.

이들 외에도 '산업화 세대'로 분류되는 다수의 재계 총수들이 경영에서 손을 뗐다. 건강상의 이유에서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4년 심근경색이 발병한 후 5년째 와병 중이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해부터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재계에 떠돌고 있다.

'산업화 세대'의 퇴장은 재계의 세대교체를 불러왔다. 특히 LG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변화가 눈에 띈다.

LG는 지난해 5월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당시 LG전자에 재직 중이던 구 전 회장의 아들 구광모 상무가 회장직에 올랐다. 40대 초반 젊은 총수의 시대를 맞은 것이다.

특히 LG는 구본무 전 회장과 구광모 회장 사이에서 1년 여간 '징검다리 총수' 역할을 했던 구본준 부회장이 주요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구광모 시대'가 본격화됐다. LG전자는 오는 1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권영수 ㈜LG 부회장을 기타 비상무이사에, 같은 날 LG화학 주총에서는 신학철 부회장이 신임 등기이사로 선임된다. 구 부회장이 물러나는 자리를 맡게 되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 대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나선 현대차그룹도 이번 정기 주총을 통해 대외적으로 '정의선 시대'를 천명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오는 22일 정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 뒤, 이후 열리는 별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도 이날 같은 절차를 밟아 정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추진한다.

이에 앞서 기아차는 오는 15일 열리는 주총에서 현재 '비상무이사'인 정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그룹 수석부회장에 오른 지 반년 만에 핵심 계열사 이사회의 주요 직책을 모두 맡게 됐다.

한편 재계의 세대교체가 진행됨에 따라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될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 명단 변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LG(구본무)와 두산(박용곤)은 동일인이 세상을 떠났으므로 교체 대상이다. 현대차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경영 퇴진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최근 사실상의 총수 역할을 하고 있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며 삼성의 동일인을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한 바 있다. 종전 동일인(이건희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기업집단의 경영 현실을 반영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있는 기업에서는 항상 경영승계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문제는 누가 어느 시점에 승계를 마무리하는가였다"며 "예전에는 중년이 돼서야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최근에는 젊은 나이에도 기업을 물려받는다. 그만큼 경영승계에도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가 3, 4세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룹 장악력 속도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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