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737 공포' 일파만파, 운항중단 속출…보험금만 564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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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5개 항공사 중단"…보잉, 주가 폭락·피소 가능성
이스타항공이 도입한 미국 항공제조업체인 보잉(Boeing)사의 737-MAX(맥스)8 기종. (사진=주진희 기자)
이스타항공이 도입한 미국 항공제조업체인 보잉(Boeing)사의 737-MAX(맥스)8 기종. (사진=주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불과 4개월 여 만에 두 차례의 참사가 발생한 미국 보잉사의 신형기 'B737 맥스 8'을 둘러싼 공포감이 확산일로다. 미국 항공당국이나 보잉사가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 중동 등 세계 각국이 속속 운항을 중단시키고 있다.

13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 보잉사의 'B737 맥스 8'은 2017년부터 취항한 737 기종의 최신형으로, 현재는 전 세계 59개 항공사에서 387대가 운항 중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항공당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의 항공당국 및 항공사가 사고 기종의 운항 중단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사고 발생 이틀 만에 운항 중단을 결정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20개국에 달한다.

12일에는 호주민간항공안전국(CASA)이 호주를 드나드는 사고 기종의 운항을 일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CASA 측은 해당 기종의 안전성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는 동안 취해지는 일시적 운항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호주 노선에 B737 맥스 기종을 투입한 싱가포르항공 자회사 실크에어와 피지항공에만 적용된다.

가포르 항공당국인 민간항공국(CAAS)이 가장 강력한 내용의 운항 중단 조치를 내렸으며, 인도의 승객 점유율 2위의 민간 항공사 제트에어웨이스도 가세했다. 싱가포르 항공당국은 'B737 맥스 8' 시리즈뿐만 아니라 아예 'B737 맥스' 전 기종에 대한 전면적 운항 금지 조처를 내렸는데, 이런 조치는 싱가포르가 처음이다.

싱가포르 측은 또 자국 항공사뿐만 아니라 국내 창이공항으로 운항하는 외국 항공사들에도 같은 조처를 하며 이 기종의 영공 진입마저 차단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도 이날 운항 중단을 잇따라 발표했다. 영국 민간항공국(CAA)은 예방조치의 일환으로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영국 내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 항공당국은 'B737 맥스 8'의 자국 영공 운항을 금지한다고 밝혔고, 프랑스 항공안전청(DGAC) 역시 사고 기종의 자국 운항을 금지했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도 'B737 맥스 8' 기종의 운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동에서는 오만이 '운항중단' 결정에 동참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필요하다면 보잉 737 맥스의 운항 중단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항공 규제기구도 영공 내 이 기종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질의 주요 항공사인 골(Gol)도 11일(현지시간) 사고기종 8대의 운항을 추가 공지 때까지 멈추기로 했다. 골 측은 지난해 6월 사고 기종을 도입한 뒤 2천933회 운항했으나 어떤 문제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이스타항공이 13일부터 자사가 보유한 B737 맥스 8 여객기 2대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에티오피아항공과 몽골의 MIAT 몽골리안항공, 멕시코 국영항공사인 아에로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컴에어항공, 중남미 케이맨 제도 소속 케이맨 항공, 로얄 에어 모로코, 아에로리네아스 아르헨티나 등도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기종을 서비스 노선에서 배제한 항공사는 전 세계적으로 25개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와 대조적으로 여전히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FAA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미 상업용 항공기의 안전성을 지속해서 평가하고 감독하고 있다"면서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확인하면 즉각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보잉사도 데니스 뮐렌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737 맥스의 안전성과, 이를 설계하고 생산한 사람들을 신뢰한다"며 안전성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B737 맥스 8 기종을 가장 많이 보유한 3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34대)과 아메리칸 에어라인 및 에어 캐나다(각 24대)를 비롯해 최소 18개 항공사는 11일 기준으로 여전히 해당 기종을 운항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 기종을 타게 되는 승객들의 불안감은 확산하고 있다. 미국 내 사고 기종의 최대 구매자인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승객들의 안전 및 비행 변경 가능성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미국 소비자단체인 '플라이어스라이츠' 측은 "FAA 측의 두고보자는 태도는 목숨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며 사고 기종의 운항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 항공사 승무원 5만명 이상이 속한 항공승무원연합(CWA)은 FAA에 이 기종의 조사를 정식으로 요구했으며, 조종사들도 안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부 미국인들은 미국의 조종사들은 긴급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잘 돼 있다며 비행기에서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한 신뢰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사고 책임 및 피소 가능성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항공기 결함이 발견되면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소송도 제기될 수 있다.

보잉은 11일 성명을 통해 "안전은 우리의 최우선순위"라며 "아직 조사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새로운 지침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수 주일에 걸쳐 사고 기종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보잉의 주가는 5.3% 급락했다.

보잉은 '737 맥스8' 기종을 현재까지 380대 이상 인도했으며 올해 1월 '맥스9 베리에이션', '맥스7', '맥스10'을 포함한 맥스 기종을 5천 대 이상 주문받아 놓고 있다. 이 항공기들은 보잉의 향후 판매량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며 보잉의 연수익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로 보험회사도 어려움에 부닥쳤다. 에티오피아 추락기 자체에 대한 보험금만 해도 5천만 달러(564억4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탑승객 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보험금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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