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공정위 처벌 수위는
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공정위 처벌 수위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가 낙찰 후에도 단가 후려치고 물량팀 사용 강제
대우조선 매각 공식화 후 대금 지급 제때 이뤄지지 않아
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본사. (사진=김혜경 기자)
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본사.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 8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선 3사 하도급 갑질 직권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조선업계 '빅딜'이 부각되면서 지난 몇 년간 불거진 불공정행위 문제는 묻혀버렸다. 다만 김상조 위원장이 올해 상반기 내 제재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기업결합 심사와 맞물려 세간의 관심은 다시 공정위에 쏠리는 모양새다. 최근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들이 울산 동구 본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한 가운데 이번 인수를 둘러싸고 지역 민심은 들끓고 있다. 

이달 초 방문한 울산 동구. 울산역에서 현대중공업 본사까지는 차량으로 약 50분 정도 소요된다. 중심지인 남구를 지나 동해가 가까워지면 조선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20~30대 시절을 보낸 후 울산에서 26년 간 택시기사로 일했다는 김모 씨는 "대우조선 인수 때문에 거제는 뒤숭숭하다고 들었는데 울산도 마찬가지"라면서 "몇 년간 현대중공업이 직원 수를 반 토막낸 것도 불만인데 오너 일가가 실제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는 건 여기 사람들이면 다 아는 이야기다. 합병 이후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은 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울산대교에서 바라본 현대중공업 사업장. (사진=김혜경 기자)
울산대교에서 바라본 현대중공업 사업장. (사진=김혜경 기자)

현대중공업 정문에 가까워질수록 도로 위에는 스쿠터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동구 지역 상권은 정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아파트, 현대예술관 등 주거공간과 일터, 여가시설이 한데 모여 있어 울산이 타 지역인에게 왜 '현대왕국'으로 불리는지 이해 가능케 했다. 이날 본사 정문 앞에서 만난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와 이원태 동영코엘스 대표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20일째 천막 농성 중이다.

두 업체는 하도급 갑질 피해대책위원회에 참여 중인 기업들을 대표하고 있다. 20년 넘게 현대중공업과 거래했던 동영코엘스는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로 1년 만에 1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고 지난해 3월 폐업했다. 대한기업의 경우 물량팀 사용 강제 등 부당한 하도급 대금 지급으로 적자가 쌓였고, 지난해 7월 국민 청원 이후 본사의 전산 통제로 직원이 없는 유령회사로 전락한 상태다. 

이원태 동영코엘스 대표는 "2015년 2월 현대중공업은 선박용 배전반 일괄 입찰 설명회를 두 차례 열고 1차 설명회 때는 연간 발주물량을 800억원으로, 2차에는 750억원을 예상한다고 업체들에게 전달했다"면서 "3월 6일 마감 시한에 맞춰 813억원의 금액에 입찰을 했고 10일 후인 16일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당일 아무런 발표가 없었고, 원청은 같은 달 21일 공문을 통해 594억원의 구매목표 금액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가능한 단가 요구에 형식적으로 626억원을 제시하고 해당 입찰에서는 손을 떼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본사에서 '20년이나 거래한 업체가 협조를 하지 않으니 나머지 업체들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협박을 했고, 추가 보상을 약속했기에 528억원으로 재입찰해 낙찰받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실제 지불한 금액도 350억원에 불과했다. 그는 "당시 계계약 담당자도 다른 부서로 이동됐고, 현대 측은 물량이 줄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적기 납품을 위해 300억원을 투자해 공장까지 신설했는데 손해만 배로 불어난 셈"이라고 토로했다.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는 "무리한 일당을 제시해 하청에 물량팀을 쓰도록 강요한 후 대금 지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다"면서 "품위서를 받아서 지급하겠다는 구두계약을 토대로 공사가 진행되지만 품위서가 반려되면 책임은 고스란히 하청이 져야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물량팀이란 조선 현장에서 5~20명의 노동자로 구성된 작업반이다. 하청업체 소속이 아닌 별개 조직으로 이들에게 하청이 일감을 주는 방식은 재하도급과 성격이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들은 공정에 투입되는 인원의 70%를 물량팀으로 채운다. 공기가 촉박하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로 감당이 어려워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 매각이 공식화된 이후에도 대금 지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농성장을 방문한 한 하청업체 직원은 "현재 내부에서는 기성(공사대금)이 부족해 추후 집행해야 할 기성을 앞으로 당겼다가 대금 지급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라면서 "2월 기준 건조 1부의 경우 기본 3억원 이상 부족하다는 말도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선(先)기성 문제로 일부 하청 노동자들은 2월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일부 업체의 경우 최근 원청으로부터 직원 급여의 20%만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대금밖에 지급받지 못한다고 통보받았다"면서 "이번에도 기성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으면 무너지는 업체가 여럿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청업체들은 현대중공업 법인도 이번 대우조선 인수의 희생자라고 주장한다. 중심에는 경영권 승계 핵심인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있다는 것. 현재 공정위도 내부적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100% 자회사로 선박 관리서비스를 전담하는 업체다. 대우조선 인수 추진이 그룹 지배구조 변경을 위한 두 번째 단계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도 글로벌서비스가 대우조선을 포함해 그룹 내 A/S 부문을 통합할 경우 규모가 커지게 되고 이는 최대 주주 이익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배전반 사용연한이 3년이라면 3년 후 변경해야 하는데 교체 금액이 3배 이상 비싸다"면서 "사업회사에 A/S 부서를 만들면 되는데도 별도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다른 조선소와 비교했을 때도 의문이 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과거 현대중공업에서 도급업체로 일했다는 한 대표도 "2016년 초 글로벌서비스를 키운다는 이야기가 차·부장급 직책 사이에서 파다했는데 단순 영업확장을 한다는 의미가 아닌 그 이상의 내용이었다"면서 "선박 수주 후 해외에서 수리를 하게 되면 정확히 얼마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지 외부에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농성장에는 몇몇 직원들과 시민들이 방문하기도 했다. 두 대표는 동료들을 반기면서도 "건너편 본사 건물에서 감시하고 있으니 어서 돌아가라"고 등을 떠밀기도 했다. 이들은 울산 동구의 여론이 몇 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회사의 사업 이익이 지역과 공유가 됐기 때문에 정서적 일치감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조선업 몰락과 하청업체 갑질 사태가 맞물려 기업 이미지가 추락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건물. (사진=김혜경 기자)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건물. (사진=김혜경 기자)

오후 5시가 넘자 정문에서 스쿠터와 차량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건물을 촬영하려고 하자 정문 입구에 서 있던 직원들은 "사진 찍으시면 안 된다"고 제지했다. 몇 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금요일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근처 상권은 한산했다. 평소 직원들이 자주 찾는다는 음식점 밀집 지역을 둘러봤지만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테이블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두 마디의 대화만 오갔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지현 2019-03-13 12:46:01
대표님들 화이팅하세요
현대중공업은 각성하고 사죄하라
결정적인 증거들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