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밀실 매각 반대"···노조-경찰 충돌로 '아수라장' 된 산업은행 
[현장] "밀실 매각 반대"···노조-경찰 충돌로 '아수라장' 된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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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이 열린 8일 오후 대우조선 노조원들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혜경 기자)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이 열린 8일 오후 노조원들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8일 오후 1시가 넘은 시각.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정문 앞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3시로 예정된 대우조선해양 매각 본계약을 저지하기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는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조원 500여 명과 경찰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대우조선 노조는 1시께 산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 후 곧바로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신상기 대우조선 노조 지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부실에 빠진 회사를 동지들의 피땀으로 정상화시켰지만 문재인 정부가 현대 자본에 회사를 헐값에 갖다 바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결사의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신 지회장은 매각 저지 결의를 다지는 삭발식을 진행했다.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거제 옥포 조선소를 출발해 12시께 서울에 도착했다. 당초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계약 체결 장소가 산은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집회 장소를 변경했다. 

산은 측은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정문과 후문 모두 경찰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건물 출입을 막았다. 노조원들은 "대우조선 졸속매각 원천 무효", "생존권 사수"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들의 봉쇄를 뚫기 위해 밀고 들어왔다. 일부 노조원들은 북을 치면서 동료들을 북돋았고, 일부는 목마를 탄 상태로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사진=김혜경 기자)
(사진=김혜경 기자)

정문 곳곳에서 욕설과 고함이 터져 나오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노조원들은 "동지들 계속 밀고 들어갑시다", "경찰들을 한 명씩 빼냅시다"를 외치며 대치했고, 경찰 측은 "집회 종결을 요청했지만 불법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해산 명령을 내렸다. 1시 30분이 지났을 무렵 노조원들이 봉쇄가 허술한 곳을 파고들자 경찰이 "유리 깨집니다. 밀지 마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몇몇 노조원들이 대오에서 끌려나와 다른 곳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사진=김혜경 기자)
(사진=김혜경 기자)

노조와 경찰들의 대치는 2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오후 2시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경찰과 노조의 대치는 울산에서 상경한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들이 집회에 합류하면서 다시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노조원들은 매각 반대 의사 표시로 수백 개의 날달걀을 산은 건물에 던지기도 했다.

매각 반대 의사 표시로 노조원들이 던진 달걀 흔적이 산업은행 건물에 남아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매각 반대 의사 표시로 노조원들이 던진 달걀 흔적이 산업은행 건물에 남아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이날 3시께 이동걸 산은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현대중공업은 임시주주총회 등을 거쳐 물적 분할을 진행하게 된다. 최종 인수 마무리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포함해 주요 시장 당국의 합병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의 결합 심사만 4개월 넘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과 관계자는 "결합 결과에 따라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와 가격인상 요인, 담합 가능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면서 "우선 양 사의 내부 자료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양사 노조는 투쟁 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4일 현대중공업 실사단의 회사 방문을 막기 위해 회사 서울사무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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