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두산 물로 수제맥주 빚은 도정한 '핸드앤몰트' 대표
[인터뷰] 백두산 물로 수제맥주 빚은 도정한 '핸드앤몰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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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 초대해 한반도 평화 바람 깃든 '소원 페일 에일' 대접···직접 홉 농사 지어 신선한 맛 유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동무밥상' 서초점에서 도정한 핸드앤몰트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최유희 기자)
지난 2월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동무밥상' 서초점에서 <서울파이낸스>와 만난 도정한 핸드앤몰트 대표가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최유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최유희 기자] "홉 대신 깻잎을 넣어 박하(민트) 맛을 살리니 삼겹살과 잘 어울리더군요. 시큼한 맥주가 유행할 땐 김치유산균을 넣었지요.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거든요." 

지난 2월27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북한음식 전문식당 '동무밥상'에서 만난 도정한(45) '핸드앤몰트' 대표는 "항상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 대표가 2014년 설립한 핸드앤몰트는 재밌는 시도로 눈길을 모은 국산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 업체다. 

핸드앤몰트는 그동안 깻잎 맥주나 김치유산균 맥주처럼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를 선보였다. 앞으로 지역별 특산물을 활용한 맥주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만의 수제맥주'를 만들기 위해 재밌으면서도 혁신적 시도를 거듭하는 셈이다. 

핸드앤몰트의 정체성은 도 대표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도 대표와 동무밥상에서 만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도 대표의 아버지 고향은 평양인데, 미국 이민을 떠났다가 고향이 그리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실향민의 아들이자 재미교포인 도 대표는 베트남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첫날, 옥류관 출신 탈북자 주방장 윤종철씨가 운영하는 동무밥상에 실향민들을 초대해 평양냉면과 함께 핸드앤몰트의 '소원 페일 에일'을 대접했다. 

소원 페일 에일은 백두산 물을 실어와 남한 물과 버무려 빚었다. 남북화합을 바라는 마음이 깃든 소원 페일 에일을 실향민들에게 대접하며,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길 응원한 것이다. 도 대표는 소원 페일 에일이 북한음식과 잘 어울린다며 아버지를 위해 빚은 맥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백두산 물로 빚어 뜻 깊은 맥주니까 실향민 어른들에게 평양냉면과 함께 대접하고 싶었어요. 평양냉면은 주로 식초와 겨자를 넣어 먹는데, 소원 페일 에일에 들어있는 시트러스 향이 신맛을 살려줘 찰떡궁합이죠." 

도 대표가 경기도 남양주 양조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맥주를 시음하고 있다. (사진=핸드앤몰트)
도정한(가운데) 대표가 경기도 남양주 양조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맥주를 시음하고 있다. (사진=핸드앤몰트)

도 대표 경력은 수제맥주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릴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아리랑TV에서 기자와 뉴스 프로듀서(PD)로 일했다.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MS)로 직장을 옮겨 싱가포르와 한국 지사 임원을 지낸 그가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든 이유도 '재밌는 시도'를 하기 위해서였다. 

"항상 제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아버지도 응원해주셨죠. IT 분야에서 창업하면 자리 잡기 수월하겠지만, 재미는 없을 것 같았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해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더라도 시도해봤다는 의미가 있을 거 같아 좋아하는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들었죠. 시장이 커질 것도 예상했고요." 

그의 도전은 맞아떨어졌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13년 이후 5년 동안 연평균 44%씩 커졌다. 업계에선 지난해 국산 수제맥주 매출을 570억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핸드앤몰트의 오너가 아니다. 핸드앤몰트는 지난해 세계 최대 맥주기업인 AB인베브에 인수됐다. 국산 수제맥주 스타트업의 첫 성공적 매각으로 알려진 사례다. 

"전국 어디서든 핸드앤몰트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저 혼자서는 어려우니 다른 곳과 손잡을 생각이었는데, AB인베브 쪽이 먼저 제안했어요. 인수계약 전 AB인베브 쪽에서 '핸드앤몰트 간섭하지 말고, 그냥 하는 걸 하도록 내버려 둬. 뒤에서 우리는 후원만 해주는 거야. 그래야 걔네들도 성공하고 우리도 성공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죠." 

핸드앤몰트는 경기도 청평 농장에서 직접 홉 농사를 지어 맥주를 만든다. (사진=핸드앤몰트)
도정한 핸드앤몰트 대표는 경기 가평군 청평면에서 직접 홉 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핸드앤몰트)

핸드앤몰트의 또 다른 특징으로 '홉 농사'를 꼽을 수 있다. 도 대표는 머리에 쓴 카우보이모자를 가리키면서 '농사용'이라고 했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에 있는 핸드앤몰트 양조장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인 경기 가평군 청평면에서 직접 홉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다. 홉 농사용 땅 200여평은 그의 아버지 소유다. 

"한국에서 수제맥주를 빚기 위해 홉 농사를 짓는 건 우리가 유일하죠. 열매를 따서 오전 11시까지 양조장으로 보내요. 직접 기른 홉으로 빚기 때문에 맛이 신선할 수밖에 없죠." 

매년 9월에 수확한 홉을 사용하면, 가공 홉으로 빚은 맥주와 달리 '풀맛'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도 대표는 신선한 원료뿐 아니라 일관성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모가 커진 만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어요. 우리 맥주를 서울에서 마시든 부산에서 마시든 맛이 같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관리가 중요하죠." 

도 대표는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맥주도 개발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남양주는 먹골배가 유명해요. 그 걸로 '사이다'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경기도 이천쌀로는 IPA(페일 에일에 홉을 다량으로 넣어 만든 맥주)를 빚으려고 연구 중이고요. 곧 출시될 예정인데 아주 맛있을 겁니다." 

수제맥주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도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료'라며 웃었다.  

"수제 맥주를 마실 때면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즐겼던 기억이 나요. 과거에는 저도 소주 6병 남짓 마시는 주당이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많이 못 마시겠더라고요. 그래서 대화와 술이 잘 어우러질 수 있게, 한국 술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정성껏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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