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세먼지···건설현장은 "죽겠어요"
최악의 미세먼지···건설현장은 "죽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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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비용 발생·공기 지연 우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건설현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비산먼지 발생 여부 등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건설현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비산먼지 발생 여부 등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인천 미추홀구의 한 건설현장. 평소 같으면 흙과 돌을 가득 실은 25t 덤프트럭이 종일 오가야 하지만 며칠 새 작업량이 현저히 줄었다. 미세먼지와 날림(비산)먼지로 고통을 호소하는 근로자도 부쩍 늘었다. 벌써 6일째 반복되는 상황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 연속으로 발령되면서 건설현장도 좌불안석이다. 날림먼지 유발로 정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데다 희뿌연 먼지 탓에 작업의 속도를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사기간 맞추기도 까다로워졌다. 지난달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미특법)이 시행되면서 일부 현장은 작업시간에 차질을 빚고 있다.

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공사현장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긴급조치를 지시했다.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엿새째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내린 조치다.

우선 미세먼지 주 배출원으로 지목되는 노후 경유 화물차를 비롯해 건설기계 등의 운행을 자제토록 하고, 불필요한 공회전을 금지하도록 관련 기관·업체에 요청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선 건설현장의 날림먼지부터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PM10) 배출량의 약 40% 이상,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의 약 5%가 날림먼지에서 발생한다. 특히 건설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22.2%(3822톤)로, 도로다시날림(재비산) 먼지(38.7%)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대형건설사들은 외부 작업을 줄이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대림산업, 대우건설, 두산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SK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월 환경부와 '고농도 미세먼지 자발적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효 기간이 길어지면서 건설업계는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공사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기지연이다.

실제 미세먼지 비상조치 발효 이후 대다수 건설현장이 작업시간 조정에 들어갔다. 공공발주 현장은 작업시간을 절반으로 줄였고, 미특법 대상 민간공사장은 출근 시간을 피해 오전 6~9시 외 시간대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현대건설은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에 한해 공사현장의 근로시간을 50% 이상 단축했으며, 대림산업은 일부 사업장의 철거 굴토 작업을 전면 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현장이 공사시간을 단축한 것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비산먼지 공사장의 공사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조례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미특법 시행으로 비상저감조치 대상사업장이 관급공사장 142개소에서 민간공사장 1703개소를 포함한 1845개소로 늘어나고, 민간공사장 중 터파기와 기초공사 등 비산먼지가 다량으로 발생하는 169개소는 출근시간을 피해 공사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 

비상저감조치 관련 사항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착공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초작업, 터파기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장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셈이다.

민간공사의 경우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공사시간을 단축했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20시간 가까이 공사가 늦춰졌다.

인천의 한 건축현장 관계자는 "시에서 직접 작업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사업장은 공기 준수에 타격이 크다"며 "굴착기, 덤프트럭 등 장비와 인력에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더욱 큰 문제는 미세먼지와 함께 봄철 황사가 예년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상저감조치 발생 일수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발생한 공사비 손실은 표준도급계약서에 따라 보전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발주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녹록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재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공기산정 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기간을 반영해야 한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넉넉하게 산정해야 분쟁의 소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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