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미반환 사고 급증···'역전세 대란' 외면받는 세입자들
보증금 미반환 사고 급증···'역전세 대란' 외면받는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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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총 372건에 792억원···전년比 10배 늘어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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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온전하게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에 집주인들이 '배째라' 버티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마저 미흡해 세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세입자들이 보증금도 제때 돌려받지 못하고, 비용까지 지불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미반환 사고가 지난해 총 372건, 792억원으로 전년(33건)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월에도 57건의 사고가 발생해 같은 기간(18건) 대비 3배를 넘겼으며, 같은 기간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계약이 만료된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액만 100억원을 넘어섰다.

늘어난 미반환 사고와 함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는 임차인들의 상담문의와 전세금 반환과 관련한 조정 신청이 늘어났다. 위원회는 세입자와 집주인간 의사를 조율해주는 기구다. 지난해 위원회에는 총 2515건의 분재조정이 접수됐는데, 세입자와 집주인간 보증금을 두고 갈등을 빚는 일이 10건 중 7건에 달했다.

입주물량 증가와 동시에 전세금이 떨어지는 등 '역전세난'의 여파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세금 떼일까 두려운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자 수는 8846가구, 가입금액은 1조776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모두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세반환보증은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울 때 HUG와 SGI서울보증보험 등 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대신 내어주는 제도로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역전세난'이 심화하며 임대차 분쟁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해야 할 장치들은 치밀하지 못해 세입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HUG의 전세보증반환보증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문턱을 낮추고 간단한 절차를 통해 가입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전체 전월세 거래에 비하면 가입자 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HUG·SGI에서 보증 발급 건수는 11만4466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 183만건의 0.06%에 불과하다. 보증료를 세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고, 최근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잇따르면서, 가입 요건이 강화된 점도 세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전셋값 기준 수도권은 7억원 이하, 지방은 5억원 이하 아파트만 가입할 수 있으며 보험 가입 당시 전세 계약기간이 절반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 아울러 다가구·다세대 보증료는 더욱 비쌀 뿐더러, 집주인의 동의 없이는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소비자들은 스스로 비용을 들여 자신의 재산권을 지켜야 한다. 안전하게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하락에 따른 위험요인을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가 추가적 비용을 통해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입자가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소송제도 등은 개선하지 않고 서민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계약기간이 지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전세금 반환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법적절차를 진행하는 데 6개월 안팎이 소요돼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금전적인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성립된 조정은 민사상 합의로 법적 효력을 지니고, 조정기간도 1∼2개월 정도로 짧다. 문제는 이 역시 집주인이 응하지 않을 경우 조정 성립이 불가능해 세입자가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환 보증이나 분쟁 조정만으로 임차인의 권리를 완벽히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소액의 임대차 보증금 보호 강화와 소송 절차 간소화 및 조정 강제성을 높이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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