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세운 이주열 "시장이 너무 예민"···금리인하 가능성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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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끄지 않은 '금리인상 깜빡이'···'금융불균형' 수차례 언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고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28일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3개월째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저희(금통위)가 쭉 보면 금융시장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이 총재답지 않은 다소 날선 발언도 나왔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총재는 금리인하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누차 강조했다. 인하 가능성을 묻는 세 번의 질문에 이 총재는 모두 손사래를 쳐가며 단호하게 반응했다. 

금융권에서는 "통화정책 방향키를 '긴축'으로 살짝 돌린지 이제 3개월인데 벌써부터 금리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니 이 총재로서는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금통위 이후에도 국고채 3년과 기준금리 스프레드는 여전히 금리인하를 반영했다"며 "이는 사실상 시장이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에 대해 실기(失期)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을 단행한 지 세 달을 겨우 채우고 있지만 금리 인하론에 불이 지펴지고 있는 이유는 경기 둔화 우려 탓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총재는 "일부 경제지표가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인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국내 경제의 성장흐름은 지난 1월 전망경로(연 2.6%)와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한은이 경제 전망을 낙관하다 갑자기 내린 사례가 있어 문제다. 가깝게는 지난해가 거론된다. 한은은 당초 지난해 경제 성장률을 3.0%로 봤었다. 그러다 수정 경제전망이 발표되는 7월 2.9%, 10월 2.7%로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3개월 만에 0.2%p 내린 데 이어 연초 대비 0.3%p나 빠진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에 부합할 것이라는 이 총재의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한은과 비슷한 2.6~2.7%로 예상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제 전문가 2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은 2.5%에 그쳤다. 이는 민간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과 같은 수치다. 

KDI 관계자는 "침체나 급격한 하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둔화하거나 저성장 기조로 복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이미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3%로 낮췄다. 최근 영국계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도 같은 수치를 제시했다. 
 

이주열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1.75%)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한 방침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1.75%)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한 방침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증권사들은 이날 금통위 직후 "재차 확인된 한은 총재의 금리인하 기대 차단 발언", "아직 스탠스를 바꾸기는 시기상조", "1월 느낌 그대로" 등의 제목으로 보고서를 냈다. 특히 몇몇 보고서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가 "일시적인 속도 조절의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주목했다. 

미 연준 금리인상 사이클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이 정책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평가다. 사실상 미국으로 대표되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는 금통위가 향후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살펴볼 두번째 요소로 지목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간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연준은 금리 변동을 판단하는 데 있어 서두르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금리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의 종료 시점을 조만간 발표할 것임을 시사했다. 보유자산 축소란 연준이 보유 채권을 매각하고 시중의 돈을 회수하는 것으로, 일종의 통화긴축 정책이다. 미국의 금리정책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제 한은은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문제까지 셈법에 넣어야 한다. 

때문에 시장 일부와 달리 한은이 '금리인상 깜빡이'를 끄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 총재는 "금융안정 측면에서 보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총량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점, 특정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이 재현될 것은 아닌지, 그럴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계속 경계감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로 대표되는 '금융불균형' 이슈 재발 방지를 위한 한은의 굳건한 의지가 수차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올릴 때도 금통위는 실물경기의 하방위험을 우려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금융불균형 누적을 해소하는 조치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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