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이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 사과문···"깊이 사죄드린다"
'채용비리' 이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 사과문···"깊이 사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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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개인사업자대출 급증 상호금융조합 경영진 면담을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사진=서울파이낸스 DB)
금융감독원.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금융감독원의 변호사 채용 과정에서 전직 국회의원 아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상구 전 부원장보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과문이 금감원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인물은 "금감원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켜 깊이 사죄드린다"며 "죽는 날까지 잘못을 뉘우치면서 살아가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감원 사내 게시판에는 '이상구'라는 필명으로 '이상구 전 부원장보의 사죄문을 올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현재까지는 익명의 금감원 직원이 이 전 부원장보의 글을 대신 올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 전 부원장보로 추정되는 인물은 사과문에서 "금감원 선후배님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운을 뗐다. 이어 "금감원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선후배님 여러분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주고 떠난 지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다"면서 "그동안 부끄러움과 죄스러운 마음에 여의도 방향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고 혹시 선후배님을 마주칠까봐 마음 졸이며 세월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 인물은 채용비리로 기소된 후 영어(囹圄)의 몸이되기 전 금감원 선후배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2월26일 징역형이 확정돼 영어의 몸이 되기 전에 사죄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면 다시는 그럴 기회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 무례를 무릅쓰고 용기를 냈다"며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있어 첫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로 마음이 무겁고 그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저 같은 사람이 용서를 구하는 것이 금감원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죄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제가 구할 수 있는 용서의 한 방편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감옥 안에서의 철저한 반성은 물론 앞으로 죽는 날까지 잘못을 뉘우치면서 살아가겠다"며 "죄인의 자리로 돌아가 깊이 사죄하면서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다만 사과문이 이 전 부원장보의 법정구속 여부에 대해 당초 알려진 바와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허위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지난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 1부(이대연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수일 전 금감원 부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017년 9월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년, 이 전 부원장보에게 징역 10월을 각각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실형이 선고됐고 이번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 판결이 나와 법정구속을 하는 게 마땅하지만 피고인들이 성실하게 재판에 출석했고, 상급심 판단을 볼 여지가 있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 전 부원장 등은 2014년 6월 금감원 변호사 채용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인 임모 변호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채점 기준을 변경하고 점수를 조정하는데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부분 금감원 직원들은 이 사과문을 이 전 부원장보의 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보통 형사소송에서 선고 후 7일 이내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으면 형이 확정된다"며 "사과문 내용으로 봐서는 이 전 부원장보가 항소를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전 부원장보의 사과문 전문. 

금융감독원 선후배님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금융감독원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선후배님 여러분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주고 떠난 지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부끄러움과 죄스러운 마음에 여의도 방향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고 혹시 선후배님을 마주칠까봐 마음 졸이며 그렇게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는 사람이 불쑥 달갑지 않게 글로써 다시 찾아뵌 것은 2019년 2월26일 징역형이 확정되어 영어의 몸이 되기 전에 사죄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면 다시는 그럴 기회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 무례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보았습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저는 금융감독원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있어 첫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로 마음이 무겁고 그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가장 기본도리로서 상처받은 모든 분께는 사죄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제가 구할 수 있는 용서의 한 방편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하였습니다. 

지난 2년간 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크고 많은 허물로 점철되고 오만과 부끄러움이 가득한 것이 저의 인생이었습니다. 감옥 안에서의 철저한 반성은 물론 앞으로 죽는 날까지 잘못을 뉘우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네휼류도프 공작은 귀족으로서 부족함 없이 살아왔는데 우연히 카츄샤 재판 과정에서 지난 날 본인이 살아온 생이 죄악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은 생 동안 회개하고 잘못된 삶을 바로잡는데 전력하였습니다. 저도 이러한 교훈을 늘 기억하고 반성하면서 조용히 살아가겠습니다. 

빼앗긴 황량하고 차가운 들판에도 반드시 봄은 찾아 옵니다. 금융감독원이 여러가지로 사상 유례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선후배님들이 한국 금융의 미래를 위해 새롭게 씨앗을 뿌리고 따뜻한 봄 기운을 나누고 결국은 가을 추수의 기쁨을 나누는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끝으로 죄인의 자리로 돌아가 깊이 사죄하면서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2019년 2월25일 
이상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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