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노동이사제' 도입···나홀로 속도 내는 기업은행 노조
[초점] '노동이사제' 도입···나홀로 속도 내는 기업은행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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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절반 소유한 기재부 '불가 방침'·다른 은행들 '눈치 보기'
금융권 무관심 속 기업은행 노조···외로운 '노동이사제' 추진
IBK기업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DB)
IBK기업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하면서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에 다시 불을 지폈다. KB금융그룹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한 발 물러서며 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향후 구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기업은행 노조는 박창완 위원을 지난 18일 임기가 만료된 이용근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추천한다고 25일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사외이사 후보 추천기간 동안 많은 지원이 있었다"면서 "이 가운데 '노동 및 경제 분야에 경험과 연륜을 갖추고 탁월한 활동 경력을 가진 분'이라는 자격요건에 따라 박 위원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했다. 

박 위원은 경남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을 거쳐 정의당 중소상공인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7년에는 금융위 금융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및 정릉신용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박 위원이 금융위 금융혁신위에 몸 담았던 점을 강조했다. 금융혁신위는 금융위에서 운영하는 조직혁신기획단(TF)의 외부자문단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혁신위 구성 당시 금융위는 금융분야 전반에 대해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춘 학계·언론·소비자·업계 등 민간 인사를 선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금융위가 기업은행 사외이사를 임면할 때 박 위원의 전문성이나 개혁성을 문제로 거절하기 어렵다는 뜻을 애둘러 밝힌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략이었던 노동이사제 도입에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업은행 지분 50.9%를 보유한 기획재정부가 노동이사제 불가 방침을 밝힌 데다, 정치권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1일 KB금융 노조는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수일 안에 자진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눈치 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함께했던 KB금융 노조마저 한 발짝 거리를 두면서 기업은행 노조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기업은행 사외이사 임면권을 쥔 금융위는 선임 절차 문제를 거론했다. 기업은행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후보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가 임면하게 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외이사 임면 과정 상 기업은행장이 제청하는 사람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며 "일단 기업은행의 결정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노조위원장이 직접 금융위원장에 추천인사를 전달할 예정이었던 노조는 일단 사외이사 추천안을 사측 경영진에 전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김도진 행장이 자리를 비워 먼저 전무이사에게 전달해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추후 절차는 경영진과 협의 후 결정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주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외국인 주주가 노조에 부정적인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기업은행의 경우 정부가 소유한 은행이며, 사외이사 임면 기준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단순한 점 등에 따라 그나마 노동이사제 도입이 수월할 것이라는 데 노조는 기대를 걸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추진해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면 다른 금융기관에도 좋은 선례로 남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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