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銀만 남아···은행권 노동이사제 도입 '찻잔 속 태풍' 되나
IBK기업銀만 남아···은행권 노동이사제 도입 '찻잔 속 태풍'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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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銀 사외이사 후보 추천 세번째 불발···기업은행도 험로
IBK기업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DB)
IBK기업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KB금융그룹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조)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안이 돌연 좌초된 탓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눈치 보기를 하며 숨죽인 가운데 올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은행은 이제 IBK기업은행만 남게 됐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과 KB노조는 21일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수일 안에 자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지향에서 KB금융 계열사 KB손해보험에 법률자문·소송을 수행한 사실이 있어 이해 상충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KB노조 등에 따르면 법무법인 지향의 대표변호사는 KB손해보험에서 월평균 200만원 미만, 건수는 월평균 2건 미만으로 구상권 관련 소액 사건을 수임했다. KB손해보험의 연간 법률자문·소송대리 규모와 비교하면 금액으로 0.1%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자격 배제요건으로 금융지주사외 자회사 등과 '주된 법률자문, 경영자문'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법인의 상근 임직원인 경우 등을 꼽고 있어 향후 결격 시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홍배 KB노조 의장겸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투쟁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노조의 지배구조개선 활동은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고 후보추천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주주총회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백 변호사 사외이사 후보 추천안이 철회되면서 노조는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 추천도 고려할 수 없게 됐다. KB금융의 정기 주주총회는 다음달 27일 열리는 데, 통상 주총 안건은 6주전에 제출, 4주전에 확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 후보자를 추천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올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은행은 기업은행 한 곳이 될 전망이다. 올해 임시 주총이 더 열리지 않는다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내년 주총으로 연기된다는 게 KB노조 측 설명이다. 설상가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던 박 노조위원장의 임기가 올해 끝나 KB금융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목소리를 더 낼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은 적잖게 힘이 빠진 상태다. 금융위원회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화 필요성에 대해 "근로자 권익보호 측면에서 금융부분, 특히 은행쪽을 보면 임금이나 복지 등 근로여건이 다른 산업보다 훨씬 양호하기 때문에 이쪽에서 먼저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외로운 싸움에 나선 기업은행 노조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기업은행 지분 절반(50.9%)을 보유한 기획재정부는 노동이사제 불가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노조가 주주제안 등으로 이사를 추천할 권한이 없다는 게 기업은행 사측 입장이다. 기업은행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후보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가 임면하게 돼 있다. 

다만 기업은행 노조는 그간 사외이사 선임 과정이 정관처럼 은행장이 제청하는 방식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관 자체가 잘 지켜지지 않아 사외이사를 임면하는 데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다음 노조위원장이 직접 금융위에 추천안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노조가 추천해 금융위에서 임면한다면 규정 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22일까지 노동이사 추천 인사를 접수하고 있다. 다음 주 초 최종후보를 선출한다는 게 노조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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