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주)의 대표이사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해오다 다음 달 임기만료와 함께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대표이사직은 유지한다.
SK(주)는 SK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다. SK(주)는 SK이노베이션 33.4%, SK텔레콤 25.2%, SK E&S 90%, SK네트웍스 39.1% 등 핵심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곳인 만큼 최 회장은 SK(주)의 대표이사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 왔다.
하지만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의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신임 이사회 의장에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염 총장은 다음 달 SK(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다.
SK(주)는 현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규정한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변경방법은 정기 주주총회의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생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최 회장이 지주사인 SK(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남에 따라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도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이번 결정은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대표이사가 맡던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 중에서 선임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경우 자신이 하는 일을 스스로 감독해야 문제가 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을 자신이 감독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돼 이사회의 본질적인 기능인 경영활동에서 발생한 부실경영 등에 대한 견제기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 감시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수행하는 경영활동과 독립적인 사람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 왔었다. 이런 이유로 최 회장이 이번 결정을 내린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또 다른 하나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 기조 아래 내린 결단이라는 해석이다. 그동안 SK(주)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제를 실시하며 이사회 중심 경영에 힘을 쏟아 왔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최 회장은 신성장 동력 발굴과 투자 등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