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임기 2년 남기고 용퇴···왜?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임기 2년 남기고 용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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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산은 압력 등 해석 분분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사진=현대상선)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사진=현대상선)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임기를 2년이나 남긴 상태에서 용퇴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신년사까지만 해도 왕성한 경영의지를 내세웠던 유 사장의 갑작스런 용퇴 결정에 대해 업계에선 채권단의 직간접적인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사장은 지난 20일 "2년 반 동안 재건을 위해 기초를 닦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2020년 이후 새로운 도약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의 지휘 아래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용퇴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갑작스런 결정에 업계에선 실적부진에 대한 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현대상선을 매각하면서 현대상선 최대주주는 13.13%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됐다. 채권단은 지난해 말 현대상선 경영 실사보고서를 공개하며 "정부 지원이 없으면 당장 내년부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현대상선 경영진을 압박했다.

현대상선의 회생 임무를 맡았던 유 사장으로서는 이 같은 채권단의 압박이 크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고 난 뒤 유 사장이 회사 정상화를 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해운업 불황이 찾아와 실적이 좋지 못했다"며 "유 사장이 용퇴를 결정하게 된 계기엔 아무래도 노력한 과정보다 실적만 중시하는 채권단의 압박과 그에 따른 부담감이 가장 심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 향후 CEO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압박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올해 실적도 용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란 또 다른 분석이 제기된다.

용선료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호황 때에 비하면 여전히 낮고 여기에 글로벌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물동량 확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해운 시장이 바닥을 찍고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 사장의 용퇴 시기가 적절했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유 사장은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포함한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스크러버 장착형으로 발주하는 등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또 외국사에 넘어갔던 부산 신항 4부두 운영권을 올해 초 되찾았으며 화주 신뢰 회복에 힘쓴 결과 초기 300만TEU에서 450만TEU로 재임 중 50%에 가까운 물동량 확대를 이뤄냈다.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던 2016년 구원투수로 등판한 유 사장은 물동량 확대 등의 성과를 냈으나 글로벌 해운사들의 저운임 경쟁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5765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4068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유 사장은 오는 3월 하순 주주총회 때까지 회사를 이끈 뒤 물러난다.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는 새로운 CEO를 추천해 내달 주주총회에서 선임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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