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 년째 '통합전산망' 의존···"중앙회 파업 시 타격"
저축은행 수 년째 '통합전산망' 의존···"중앙회 파업 시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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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시 55개 저축은행 입·출금·이체 차질 불가피
전산망 개별 구축 비용 수 억원대···중·소형사 난감
저축은행중앙회 (사진=서울파이낸스DB)
저축은행중앙회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윤미혜 기자] 저축은행중앙회 노동조합이 46년만에 총 파업을 예고하자 중앙회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는 22일 노조와 중앙회 측의 협상이 결렬되면 통합전산망을 이용하는 55개 저축은행의 입·출금·이체 서비스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저축은행중앙회 노조에 따르면 지난 18일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결과 조합원 121명 중 102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99명이 찬성해 파업 쟁의안이 가결됐다. 오는 22일 중앙노동위원회 최종 조정안에서도 노사 간 합의가 결렬되면 저축은행 중앙회 설립 이후 처음 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문제는 보험·카드 등 2금융권 가운데 저축은행 업권은 유일하게 중앙회 전산을 이용하고 있어 파업이 발생하면 입·출금, 이체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앙회 전산을 사용하지 않는 저축은행은 은행 지주계열 6개와 자체 전산망을 가지고 있던 저축은행을 인수한 6곳 등 총 12개 뿐이다. 나머지 55개사는 모두 중앙회 전산망을 이용하고 있다.

중앙회 전산을 이용하는 A저축은행 관계자는 "개별전산을 쓰고 있어도 저축은행의 업무 가운데 이체 등은 모두 중앙회를 거쳐야 한다"며 "우리처럼 중앙회 전산을 이용할 경우 신규 계좌 개설이 문제다. 예금 특판이 많기 때문에 파업 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개별 전산망을 이용하는 B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중앙회 전산을 쓰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것"이라며 "중앙회 전산은 업데이트 및 교체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예금 특판이나 비대면 채널 개설 등에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중앙회 전산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파업이 시행되면 중앙회 전산을 이용하는 55개 저축은행들은 입·출금, 이체, 신규 계좌 개설 등 기본 서비스가 중단될 상황에 놓였다. '파업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독자전산망 구축이 시급하지만 업계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자체 전산을 꾸리게 되면 서버 및 스토리지를 모두 설치하고, 혹시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백업망도 둬야하기 때문이다. 개별전산망 구축 비용은 수 억원 대로 중·소형사들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중앙회 전산을 이용하는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독자전산망으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이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이다 보니 단순 개발만 억대 비용이 들어간다"며 "만약 파업 같은 일이 발생하면 심각한 사태로 번질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보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별전산은 외주를 줘야하는데, 중·소형사라고 해서 규모에 따라 가격이 차등적용되지 않는다.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력도 채용해야 하고 유지 보수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며 "금융 업종에서는 전산,보안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비용이 수 억원 대로 많이 든다"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권에 통합전산망이 도입된 건 2012년 전산 비리 조작 사태가 터지면서부터다. 금융감독원은 정관계 로비에 쓰이는 저축은행의 비자금 조성을 원천적으로 차단신키는 방안으로 각 저축은행의 전산망을 한 곳에 모아 감시하기로 했다.

이는 전산조작과 비리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당시 자체 전산망을 가진 30개 저축은행을 저축은행 중앙회가 운영하고있는 통합전산망에 가입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중앙회 전산은 수 년간 낙후된 서비스와 불편함, 오류 때문에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중앙회 전산은 지난 3월 타 금융기관으로 자금 이체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돼 일시적으로 금융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또한 모바일로 저축은행 이체를 하려면 중앙회 앱과 저축은행 앱, 그리고 개별 저축은행 앱을 깔아야하는 등 번거로움도 있다.

중앙회 전산을 이용하는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앙회가 전산시스템을 교체하고 노후화된 전산 오류를 줄이고자 여러 시도를 통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훌륭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총 파업이 예고된 상태에서, 우리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전산망 보완을 이사회에 건의하거나, 일부 자제천산망을 구축하는 등 내부 의견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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