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현국사 화재' 통신재앙 일으켰던 KT, 잘한 것도 많다
[데스크 칼럼] '아현국사 화재' 통신재앙 일으켰던 KT, 잘한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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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지난해 11월 24일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는 일상생활과 산업계에서 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아현국사 망을 이용하던 지역에서는 인터넷 전화가 불통이 됐고 TV 시청도 안 됐다.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해 현금을 내야하는 불편도 있었다. 'IT 강국'이라는 명성 뒤에 숨겨져 있던 불행을 경험한 것이다. 21세기에서 19세기로 타임슬립을 했다.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KT에 대한 분노와 질책은 당연하다. 수많은 이들이 겪은 불편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도 해야 한다. 통신선 복구는 이미 완료됐고 KT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피해지역의 경기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일부러 아현동 일대를 찾기도 하고 회식도 한다고 한다. 복구에만 그치지 않고 그 이후까지도 책임지려는 모습으로 칭찬받을 만하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KT가 일궈놓은 통신, 게임, 방송 분야 등에서의 공로는 상당하다. KT는 일반 구리 전화선을 활용해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인프라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고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누렸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여긴 것도 어찌 보면 KT의 역할이 컸다.

산간 오지마을, 낙도 지역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것도 KT 덕분이다. 전국 대도시와 중소도시에는 KT를 비롯한 나머지 통신사들의 망이 깔려 있지만 오지 마을 등 이른바 ‘돈이 안 되는’ 곳에는 KT 망만이 깔려 있기도 하다. 이용료보다 망 설치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다른 통신사들은 포기한 것이다. 기자도 몇 년 전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거주자가 얼마 되지 않아 KT를 제외한 다른 통신사의 인터넷망을 이용할 수 없었다. 그 후 3, 4년 정도가 경과해 주민들이 많아지자 비로소 다른 통신사들도 망설치 공사를 했다.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설치를 안 했을 정도니 오지마을은 어떨지 알만하다.

데이터를 많이 보관해야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일부러 각기 다른 통신사 망을 이용한다. 이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있는 통신망의 사용을 중지하고 다른 통신사 망을 활용해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키고 업무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아현국사 화재 복구과정에서 KT 망을 2개 이용한 기업들이 있음이 확인됐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대비했어야 하지만 다각도로 검토했을 때 KT 망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이해되는 부분이다.

오는 3월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리면 통신이 차지하는 사회적 가치와 비중은 더욱 커진다. 스마트홈, 스마트오피스, 스마트팩토리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다. 이 때문에 아현국사 화재와 같은 재앙은 재발해서는 안 된다. KT를 비롯한 다른 통신사들 모두 전철부답(前轍不踏)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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