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제주도를 다시 보니
[홍승희 칼럼] 제주도를 다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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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3박4일 일정으로 제주 역사 신화 답사팀을 따라 나서서 몇 년 만에 제주도를 다시 찾았다. 현장 답사 중심 일정 중에도 제주 시내의 새로 조성된 관광 중심지를 지나다닐 기회는 있었다.

쇼핑 중심지는 외국 유명 브랜드 점포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빈 점포가 늘고 있음이 드러났고 외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래된 관광지에 외국인들이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일이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관광 제주의 현실은 처참해 보였다. 한마디로 관광객 없는 관광지의 을씨년스러움만 가득해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현상은 굳이 제주도가 아니어도 관광에 목매는 많은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하다. 지역 경제의 중심 산업을 관광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관광정책의 핵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한결같다.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으로 무엇보다 ‘자연’ 그 자체를 소중히 여겨야 할 법한데 자연은 개발에 밀려나는 추세로 보인다. 그렇다고 제주도가 품고 있는 자연사와 인류사적 유산들이 돋보이게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봄방학 기간이고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박물관들은 한산했고 몇 군데 패총들은 현장 답사할 거리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구석기, 신석기 유적이 발굴될 때마다 세운 것으로 보이는 박물관에는 볼거리들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고대인들을 야만스럽게만 재현해놓은 미니어처들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 수준이었다.

육지와 교역을 할 수준이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대인들의 복식이며 생활상에 대한 제대로 된 고증도 없어 보이는 미니어처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 보이는데다 학생들에게는 학습현장으로서의 질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수온 변화로 제주도의 오래된 주력산업인 어업이 쇠퇴한데다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내세운 관광산업마저 활기를 잃은 제주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라면 지독하리만치 비싼 물가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한 끼 식비가 1인당 적어도 1만5천원은 예상해야 할 만큼 비싼데다 소량으로 현지 소화할 제주 특산 과일들도 서울에서 사먹는 것보다 비쌌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경우 서울을 집산지로 해서 다시 지역까지 재분배되는 비효율적 구조라는 말은 들었지만 적어도 재래시장에서 사는 지역 특산물 가격이 서울보다 비싸다면 그건 관광객들만의 고통이 아니라 제주도민들의 삶도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한 50년 전 대표적인 여름 휴가지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강릉 재래시장에서 말린 오징어 값이 서울보다 비쌌던 기억이다. 여름 한철 장사로 1년을 먹고 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현지 물가에 학을 뗀 관광객들은 아예 여행을 떠날 때면 먹을거리들을 죄다 싸들고 다니는 식으로 대응하며 현지 산업을 더 피폐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지역 상권은 자체 소비규모에 맞춰 옹색해지고 지역민들은 결국 외지 자본들이 세운 숙박시설들에서 노동력만 파는 처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통해 다시 되짚어보게 되는 것은 지자체들의 비전문성, 주먹구구식 정책운용이 지역을 얼마나 불안정하게 만드는가 하는 점이다. 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 지방재정 운용이 경기 변동에 얼마나 취약한지 이번 제주도 여행으로 또 한 번 실감했다.

지자체들의 낮은 재정자립도는 지방정부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그에 따라 무리한 재정투자를 벌여나가는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의 투자가 모두 긍정적으로만 보이지도 않는다.

지자체만의 강점은 현장과의 밀착성에서 찾을 수 있을 텐데 실제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을 마주치는 사례가 매우 많이 보인다. 정책이 누굴 위한 것인지, 누가 실현해야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관광정책 하나만 해도 관광객을 수요별로 구분하고 합당한 상품을 내놓도록 해야 하는 데 많은 지자체들이 관광객의 수요보다는 정책을 통한 시장지배에만 관심을 쏟기에 뭘 보여주고 뭘 팔고 싶은 건지 애매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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