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발표는 '악마의 한수'?···현대重·대우조선 주가 '동반 급락'
산업은행 발표는 '악마의 한수'?···현대重·대우조선 주가 '동반 급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 반응 냉랭···전문가 "합병 시너지 크지 않아"
투자자들 '부글부글'···"시장 불확실성 오히려 키워"
현대중공업(좌)·대우조선해양 주가 추이(네이버)
현대중공업(좌)·대우조선해양 주가 추이(네이버)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KDB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한다는 발표 이후 대우조선과 인수자인 현대중공업 주가가 모두 곤두박질 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너지 효과는 커녕 대우조선의 하청화와 함께 발주사들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주가하락에 투자자들은 불확실성만 높아졌다며 속이 끓고 있다.

14일 업계와 거래소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 최종 인수 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을 확정하면서 글로벌 1위 조선사 탄생 가능성이 커졌지만, 두 회사 모두 신통치 않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란 증권가 전망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16분 현재 현대중공업은 전장 대비 2500원(2.76%) 떨어진 12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2일 인수 후보자로 확정된 이후 3거래일간 6% 수준의 낙폭이다. 같은 시각 대우조선해양도 4.19% 하락한 3만850원에 거래 중으로, 이틀간 6.7% 내렸다.

하나금융투자는 '현대와의 합병, 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으며, 한국 조선업 발전에 기여하는 바도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두 회사의 합병이 추진되면 대우조선해양의 핵심인력 이탈 가능성이 크고, 현대 군산조선소와 같은 하청 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울산과 거제라는 지리적 차이로 설비 감축도 현실성이 없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언급한 '경쟁완화'와 '가격회복 노력'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유럽연합(EU)위원회가 제시하는 경쟁규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영업을 차단할 수 있으면서 미인도 드릴쉽 6척의 현금 2조7000억원 때문"이라며 "현대중공업으로선 인수를 못하더라도 잃을 것은 없다"고 진단했다.

합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지배구조를 무리하게 오너체제로 두기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연구원은 "거의 대부분의 해외 중공업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여러 은행과 사모펀드(PEF)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우수한 엔지니어링 능력을 적극 활용할 전문경영인체제를 강조하는 것이 회사와 한국 조선업의 미래를 지켜나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댓글 등을 통해 산업은행 성토에 나섰다. 한 투자자는 "사기업(현대중공업)에 특혜주고 (투자자에게) 불확실성만 키우는 꼴"이라며 "주주와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다른 투자자는 밀실 매각 등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내달 초 이사회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본 계약을 체결을 논의할 예정이며, 승인이 나면 확인 실사 등 제반 절차를 진행한 뒤 본계약을 맺게 된다. 

이후 조선통합법인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산업은행 보유 대우조선 주식 현물출자, 조선통합법인의 대우조선 앞 유상증자 등을 완료해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통합법인에 대우조선 지분 56%를 현물출자 한다. 대신 상장될 통합법인의 지분 7%와 우선주 1조2500억원을 받는다.

2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신임 이동걸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