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 기호 1번'에 들썩이는 산업···철강에도 부는 '수소' 바람
'원소 기호 1번'에 들썩이는 산업···철강에도 부는 '수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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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공법으로 탄소 배출 저감 한계···'수소환원제철법' 등 청정제철법 대두
포스코 근로자들이 고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 직원들이 고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우주 분자의 90%를 구성하고 있는 수소는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구성된 가장 작은 원소다. 국내 자동차업계 맏형 현대자동차가 디젤·가솔린을 대신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점찍는 등 최근 산업계는 '원소 기호 1번'에 미래를 걸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규제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면서 철강업계도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청정제철법으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법'이 대표적이다. 환원공정에 탄소가 아닌 수소를 이용하면 물만 남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철을 제조할 수 있게 된다. 수소환원공정은 기초 연구 단계인 한국을 비롯해 현재 일본, 유럽 등에서도 상용화된 곳은 없다. 안정적인 수소 생산 방식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친환경 용광로는 신 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 기존환원공정은 '탄소+산소'·수소환원은 '수소+산소'

자연 상태의 철광석은 철 성분이 산소와 결합된 적철광(Fe₂O₃), 자철광(Fe₃O₄) 등 산화철 상태로 존재한다. 철광석이 붉게 보이는 이유는 산소와 반응해 산화됐기 때문이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고 순수한 철 성분만 얻는 작업이 제철공정, 즉 철강환원공정이다. 흔히 용광로라 불리는 고로에서는 철광석이 철로 환원된다.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환원제로 무엇을 사용할 것이냐에 따라 환원공법이 달라진다. 

현재는 산소를 탄소와 결합시켜 이산화탄소 형태로 제거하는 '탄소환원제철법'을 사용하고 있다. 고로에 철광석과 코크스를 넣고 녹여 액체상태의 철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유연탄 등 탄소계 환원제가 사용된다. 산소와 가장 친화적인 물질 중 하나가 탄소이기 때문이다. 산소가 탄소로 옮겨가 이산화탄소로 변하면 순수한 철만 남는다. 문제는 산소를 떼어내기 위해 탄소를 사용하면 환원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산화탄소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존 제철공정은 철강 1t 생산 시 약 2t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반면 현재 기초 연구 단계에 있는 '수소환원제철법'은 환원제로 탄소가 아닌 수소를 사용한다. 철광석에 포함된 산소는 탄소 외에도 수소와도 친화적이다. 산소와 고농도의 수소를 결합시키면 물만 발생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이산화탄소를 생성하지 않고도 철 생산이 가능해진다. 

수소환원공정 개발은 현재 국책 사업으로 진행 중이며 민간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과거 28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지만 지난 2012년 대기업 혜택 논란이 일면서 무산된 바 있다. 2016년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가 '철강·석유화학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수소환원공정이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친환경 첨단 고로 개발 추진을 골자로 민관이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소 경제와 온실가스 감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지원해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말이 나왔고, 탄소 배출 감축의 관건은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현재는 수소환원공정 기초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론적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 0% 도달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최대 30%까지 줄이는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기술을 확보한다고 해도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국외에서도 수소환원공정이 상용화된 곳은 없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실증 시험을 진행하기 위한 미니 고로를 만들어놓은 상태다. 국가 주도의 의사를 밝힌 유럽의 경우는 해당 프로젝트가 일시적으로 중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스웨덴에는 수소환원 실증 시험을 할 수 있는 미니 고로가 있는데 한국도 올해 안으로 스웨덴 현지에서 관련 시험을 해볼 예정"이라면서 "성과가 좋다면 국내에도 미니 고로를 제작해 실증 시험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안정적인 수소 생산 방식 확보돼야

수소환원제철법을 비롯한 수소 경제의 관건은 많은 양의 수소를 어떻게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느냐다. 수소 생산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생산 시 온실가스 발생량도 고려해야 될 문제다. 현재 기술로는 원자력을 이용하는 방법이 제기되고 있다. 

원자력 수소 생산 시스템은 특수한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냉각원자로'를 이용해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다. 경수 혹은 중수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일반 상업용 원전은 300℃의 열을 발산하지만 초고온가스원자로는 가스를 이용한 냉각으로 온도가 950℃까지 올라간다. 높은 열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화학반응에 필요한 열을 공급하는 '열화학분해'와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고온수증기분해' 방식이 대표적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고온가스로개발부 관계자는 "열화학 분해는 화학물질들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내부에서만 순환되는 폐회로를 이용, 물을 주입한 후 물과 원자로의 고온열이 만나 수소와 산소가 분리되는 공정"이라면서 "수증기분해의 경우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열을 공급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는 원리인데 고온 상태일수록 전기가 적게 소비될 뿐만 아니라 수증기를 분해하기 때문에 물 분해보다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 수소 생산 개발 연구는 원자력연구원 외에도 한국전력 산하 전력연구원과 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도 담당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 핵심 기술들을 대상으로 개발 수준을 높여가는 단계다. 과거 초고온가스로 실증 설계 사업을 진행하려다가 수소 경제의 불확실성과 인허가 문제 등으로 한 차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확정된 '미래 원자력 시스템 개발 장기 추진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초고온가스로를 이용한 원자력 수소 생산 시스템을 완성하고 2026년까지 실증로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2009년에는 가스로 개발 관련 기술 협력을 목적으로 원자력수소협의체가 발족되기도 했다. 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해 포스코, 두산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기업과 아레바, 웨스팅하우스 등 국외 기업을 포함해 총 12개 기관·기업으로 구성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해당 협의체는 초고온가스로 실증 사업을 염두에 두고 국내외 간 정보 교환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면서 "2016년 사업 관련 예비타당성조사 전까지는 협의가 진행됐지만 현재는 명맥만 유지될 뿐 활동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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