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하강 비행···'역전세난·깡통전세' 공포 확산
전세값 하강 비행···'역전세난·깡통전세'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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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세가 13주 연속 하락···올해 입주물량 늘어 약세 지속 전망
동탄2신도시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동탄2신도시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 모(45)씨는 오는 6월 이사를 앞두고 걱정이 커지고 있다. 최근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하면서 일대 전세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전세 계약 때마다 보증금을 1억원씩 올려줬는데 최근 살고 있는 전세값이 급락 추세여서 6월 이사하기 전에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부동산 시장이 싸늘하게 얼어붙으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이 커지고 있다. 2년 전 여름 정점을 찍었던 전세값을 받아줄 새 수요자를 찾기 어려워서다. 특히, 울산, 거제 창원 등 구조조정으로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지방의 경우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전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11일 KB부동산 주간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1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 셋째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값은 전주보다 0.08% 하락했고 넷째 주에는 0.07% 내렸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 첫째 주(-0.10%)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지역별로도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감정원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말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의 평균 아파트 전세값은 2년 전보다 2.67% 하락했다. 

전세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은 울산광역시로 2년 전보다 -13.63% 떨어졌다. 조선경기 위축 등으로 전세 수요가 감소한 반면, 경남 일대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세값 하락폭이 커진 탓이다. 경상남도 역시 2년 전 대비 전세값이 11.29% 내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조선업체가 몰려 있는 거제시는 2년 전 대비 전세값이 무려 34.98% 하락해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부산(-2.36%) △세종(-5.47) △강원(-2.62%) △충북(-4.01%) △충남(-7.08%) △경북(-8.10%) △제주(-3.71%) 등에서도 2년 전보다 전세값이 많이 내렸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도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 전세값은 2년 전보다 3.6%, 인천이 0.26% 낮은 상태며 △안성(-13.47%) △안산(-14.41%) △오산(-10.05%) △평택(-11.08%) 등지의 낙폭은 두 자릿수에 달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강남 4구의 전세값은 2년 전보다 0.82% 떨어져 있다. 서초구의 전세값이 2년 전 대비 -3.86% 하락했고 송파구도 2년 전 시세보다 0.88% 내렸다. 강남구(0.02%)는 사실상 2년 전 가격 수준이다.

이 같은 강남권의 전세값 약세는 최근 재건축 이주 단지 감소와 송파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5.8㎡는 2년 전 1월 말 전세 실거래가가 8억5000만원이었으나 이달 초에는 1억5000만원 낮은 7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전용면적 59.95㎡도 2017년 1월 8억8500만원에서 올해 1월 말 8억2000만원으로 6000만원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전세시장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역전세난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00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39만5000가구다. 특히 △강원 △경남 △울산 △경기는 최근 5년 평균아파트 재고량 대비 2019년 입주물량 비중이 전국 평균 3.7%를 웃돌아 전세가격 하락 위험이 큰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5년 평균 아파트 재고량 대비 입주물량 비중이 2.6%로 비교적 안정된 수준이지만 △강동구 △성북구 △송파구 등은 헬리오시티, 고덕 그리시움 등 대단지 입주가 몰리면서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전셋값 하락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은 전망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조만간 올해 가계부채의 주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당국은 깡통전세 문제가 좀 더 심각해질 경우 역전세 대출을 해주거나 경매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수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역전세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의 전세 세입자는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에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세입자도 올해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규제로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역전세난이 지속되면 집값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깡통주택·깡통전세 등에 따른 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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