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대우조선 해법을 보며
[홍승희 칼럼] 대우조선 해법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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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에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측은 또 다른 매수자인 삼성중공업 측과도 조만간 접촉해 인수 의향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일단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전량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어서 우선 인수자는 아무래도 현대중공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써 향방을 두고 오랜 시간 수많은 논란을 낳았던 대우조선해양 문제는 일단락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게다가 두 개 회사의 합병은 기왕에도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 2위인 조선업체를 합침으로써 그야말로 적수가 없는 대형 조선업체의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게 된다. 현재 두 회사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3위인 일본 이마바리의 3배, 국내 경쟁사인 세계 4위의 삼성중공업에는 4배에 달한다.

게다가 두 회사는 현재 정교한 기술을 요하는, 그래서 일반 유조선에 비해 배 값이 2배에 달하는 LNG 운반선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이들의 합병으로 당분간 이 시장에서의 독점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물론 불가피한 독점 현상이라 해도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독점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도 있어 마냥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한 독점적 시장지배는 그동안 한국 조선업계의 고질적 병폐이며 더 나아가 대우조선의 터무니없는 부실을 불렀던 국내 조선업체 간의 출혈 저가수주 경쟁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대를 해 볼만 하다.

게다가 한국 조선업이 무려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국가별 연간 수주실적 1위 자리를 탈환했다는 점에서 두 회사 합병의 시기적 적절성도 두드러진다. 일단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저가 물량공세를 펴며 한국 조선업에 타격을 가했던 중국을 제치고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한데는 한국 조선업의 안정적 기술력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중국이 한국에 도전한다고 3년 전 야심차게 내놓은 LNG 운반선은 잦은 엔진 고장으로 현재 사실상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로 인해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한국으로 되돌아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NG 운반선은 가스를 극저온 상태에서 고압으로 액화시켜 저장, 운반토록 해야 하므로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는 한 신규 조선업체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분야다.

그로 인해 LNG운반선의 경우 현재 전세계 수주물량의 85%가 한국에 몰렸고 적어도 10년 정도는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척에 2000억원 정도 한다는 LNG선을 최근 카타르는 정상회담 자리에서 60척이나 살 의향이 있다고 했다.

정상회담의 선물이라기엔 액수가 만만찮다. 한국 조선업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가능한 얘기인 것이다.

어찌됐든 두 대형 조선업체의 합병은 대우조선해양을 해외 분할매각하는 것마저 고민했던 산업은행으로서는 적어도 매국적 매각이라는 오명을 벗으면서 역대 정부하에서 한껏 어지럽혀 졌던 조선산업 지형을 정리해 놓은 큰 숙제를 해결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풀어가야 할 과제들은 많아서 아직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고 쉽사리 안도하기는 이를 듯 싶다.

당장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 문제가 대두될 테고 양측 노조가 또 어떻게 대응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은 2가 되는 데 고용은 1.5배에 그친다면 당연히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합병기업에 대한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계획은 확실히 잡혀 있어서 적어도 자금상의 어려움은 없어 보이지만 그동안의 부실을 방만경영 탓으로 돌리며 인원감축부터 계획하고 나선다면 반발은 당연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대우조선해양 매각 추진 과정에서도 드러난 문제점이지만 방위산업을 포함하고 있는 기업을 무턱대고 해외매각하겠다던 역대 정부도 있었기에 그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명확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자본주의를 '신앙'하는 사회라고 해도 적어도 방위산업의 일익을 담당하는 기업들은 그 규모에 상관없이 해외 매각에 제동을 거는 것이 타당하다. 안보와 보안은 그런 데서부터 출발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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