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해외투자유치, 스토리텔링과 합리적 수익 예상의 중요성
[전문가 기고] 해외투자유치, 스토리텔링과 합리적 수익 예상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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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현 (주)Pygmalion Global 대표
백세현 (주)Pygmalion Global 대표

정말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국내와 해외에서 솔루션이 잘 나가고 있다. 매출도 오르고 수익률도 좋은 편이고 하여 그럭저럭 사업이 잘 돼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해서는 스케일업 즉 더 크게 성장하는 데 시간이 걸릴 듯해 투자를 유치하려고 한다.

그런데 가급적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싶다. 아무래도 해외로 계속 진출하고 해외에서 사업이 잘 돼가는 편이라 가령 베트남에 진출한다고 하면 베트남에서 투자를 받아 현지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도움도 받고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해서다. 막상 시작해보니까 의외로 해외투자유치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 원래 해외투자유치가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어쩌면 접근방식이 잘못돼서 일 수도 있다.

사실 테크 스타트업들이 스토리텔링이 약한 경우가 적지 않음을 많이 볼 수 있다. 즉 기술 자체는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그럴듯한 포장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약한 것이다. 이 정도 레벨의 기술이면 세계적 수준이니 해외투자가들에게 약간 보여만 줘도 금방 이해하고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의외로 반응이 별로다.

그 이유는 기술 자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해외투자가와 만나 피칭을 할 때 지나치게 기술에 대한 이야기로만 풀어나가려고 해서다. 만약 동일 분야의 대기업이나 큰손 투자사라서 전략적 투자를 하는 곳이라면 금방 이해하고 함께하자고 할 것 같지만 동종분야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이유는 기술만 갖고 장사가 되는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장사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사업적 마인드를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겨냥하는 주요 마켓과 그 마켓의 사이즈, 성장 가능성 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데 동시에 경쟁사나 유사기술을 가진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도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사가 없거나 드문 경우는 정말 독보적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도리어 아직 그 분야 시장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사 기술을 가진 해외회사가 크게 투자유치에 성공한 때도 오히려 그만큼 그 분야 해당 기술의 시장성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왜 대기업들이 당사 스타트업이 하는 분야를 따라하지 않는 것인지 혹은 따라 한다 하더라도 기술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실제 대기업이 유사 분야의 스타트업을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실패한 사례들도 언급해주면서 왜 자사는 다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면 해외 투자사로서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동시에 매출과 수익률 높은 이유를 설명하고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좋은 수치를 보여줘도 기술 비전문가이면서 펀드매니저나 파이낸스로 특화된 해외투자사들에게 기술적 우위와 수치만으로는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운 그리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하면 해외 투자사들이 크게 관심을 보이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냥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거나 현재 이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는 당사밖에 없다고만 하는 것으로는 크게 매료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발표자료를 만드는 것은 필수다.

이렇게 만든 자료는 기술설명서같이 되어 있는 자료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큰 힘을 발휘한다. 기술자 출신인 스타트업 대표가 보기에 스토리텔링은 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별로 전문적인 내용이 충분히 들어간 것 같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본인이 상대할 투자사 관계자들이 동종 분야 전문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결국 사업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지 로봇이 아니므로 어느 정도 이성적인 부분만이 아닌 감성적으로 와닿는 부분도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전을 제시하면서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했어도 예상 매출 및 수익에 대해 연도별로 기술할 때에 지나치게 비약적인 그리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러나 야심 찬 수치들을 넣는데 그건 본인 자유다. 다만 왜 그런 수치가 가능한지에 대한 합리적 사고과정을 근거로 제시 못한다면 그저 스타트업 대표의 황당한 상상으로만 치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왜 그런 수치가 가능한지에 대해 스토리텔링과 함께 더불어 합당한 근거를 갖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난 몇 년간 매출과 수익이 있는 경우 이를 근거로 산출한 것이라는 게 보인다면 크게 매료될 것이고 그런 수치가 아직 없는 경우 왜 예상 수치가 높은지를 여러 사업요소와 함께 보여줄 수 있다면 결국 해외투자사들도 설득이 된다. 기본적인 내용인 것 같은데 이렇게만 준비해도 놀랍게도 해외투자는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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