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두을장학재단 등 문화예술사업에 큰 공헌
[서울파이낸스 서예진 기자]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노환으로 30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이 고문은 1929년 경남 의령에서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4남 6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대구여중과 경북여고,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1948년 조운해 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과 결혼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장녀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누나인 이 고문은 국내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으로 꼽힌다.
이 고문이 경영일선에 참여한 것은 1979년 호텔신라 상임이사를 맡으면서부터다. 1983년 전주제지(현 한솔제지) 고문으로 취임해 삼성그룹에서 독립해 오늘의 한솔그룹을 일궈냈다.
그는 1991년 삼성그룹에서 전주제지를 분리·독립해 사명을 한솔제지로 바꾸고 독자경영에 나섰다. 특히 삼성그룹에서 분리할 당시 제지사업에 주력했던 한솔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인쇄용지와 산업용지, 특수지 등 투자를 통해 종합제지기업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한솔홈데코와 한솔로지스틱스, 한솔테크닉스, 한솔EME 등 계열사를 설립하면서 한솔을 그룹사로 성장시켰다.
이 고문은 국내 대기업 집단 중 최초로 순 우리말을 사용해서 사명을 지을 정도로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컸다. 아버지인 이병철 선대 회장의 사업이념이었던 '사업보국'을 체감하며 자란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 고문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고 이병철 회장이 도자기, 회화, 조각 등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는 것을 지켜보며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웠고, 각종 문화사업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이 고문은 후손들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도록 한다는 뜻에서 2013년 뮤지엄 산을 개관했다. 뮤지엄 산은 그의 '필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고문은 또 2000년 우리나라 유일의 여성장학재단인 두을장학재단 설립을 주도했다. 이 고문은 모친인 고 박두을 여사 유지를 받들어 삼성가 여성들과 함께 두을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을 맡는다. 두을장학재단은 이후 17년간 약 50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국내 여성인재 육성에 힘을 쏟았다.
이 고문은 삼성가의 화목을 위해서도 애를 썼다. 2012년 이병철 창업자의 장남 고 이맹희 씨제이(CJ)그룹 명예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낸 유산분쟁 소송 당시 1심에서 이건희 회장이 이기자, 이 고문은 “이번 판결로 집안이 화목해지기를 바란다”며 화해를 권하기도 했다.
한편 유족으로는 자녀인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조옥형씨, 조자형씨가 있다. 이 고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고 발인은 다음달 1일 오전 7시 30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