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활활 타오르는 ESS···안전진단은 하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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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만 벌써 4건···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 
산업부 민관합동조사委 "2월 중순 결과 발표"
21일 오전 울산시 남구의 한 가스공장 배터리설비에서 불이 나 건물 밖으로 화염이 치솟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오전 울산시 남구의 한 가스공장 배터리설비에서 불이 나 건물 밖으로 화염이 치솟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해 여름 집중됐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폭발 사고가 올해 들어서도 끊이질 않고 있다. 1월 한 달에만 벌써 4건이다. 원인은 여전히 추정뿐인 가운데 최근 점검이 완료된 사업장에서도 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진단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지난 15일과 21일 전북 장수군과 울산시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안전 조치가 이미 이뤄졌음에도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ESS 사안과 관련된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하는 등 현 사태를 지난해보다 심각하게 인지하고 나선 모양새다. 정부와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 조사위원회는 오는 2월 중순께 조사를 마무리 짓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산업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집계된 ESS 사고는 총 21건이다.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사별 분류를 해보자면 △LG화학 11건 △삼성SDI 7건 △인셀 1건 △탑전지 1건 △레보 1건이다. 이 중 올해 들어 화재가 발생한 곳은 △경남 양산 철강공장(LG화학) △전남 완도 태양광발전소(인셀) △전북 장수 태양광발전소(LG화학) △울산 가스공장(삼성SDI) 등 4곳이다. 완도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의 공통점은 안전진단이 이뤄졌지만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울산 가스공장은 지난해 12월 말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에서 이미 점검을 완료한 곳이다. 해당 사업장 관계자는 "당시 삼성 측에서 현장 조사를 실시한 후 안전에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퓨즈(Fuse·과전류로부터 전기회로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한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면서 "점검에 앞서 지난해 여름 배터리 충전잔량 감축 관련 공문도 받았지만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바로 100% 출력으로 복원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화재가 발생한 양산 철강공장과 장수 태양광발전소 ESS도 LG화학이 안전진단을 끝낸 곳이다. 발전소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LG화학에서 2번에 걸쳐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이후 12월 배터리 충전잔량 감축 공문을 받은 후 65%로 낮춰서 가동했고,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관련 조치를 완료하고 100%로 복원해 운영하던 중 불이 났다"고 말했다. 현재 LG화학은 자사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가동중지를 요청한 상태다. 

인셀 배터리를 사용 중인 완도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안전 점검을 앞두고 있었다. 현재 ESS 배터리 조사와 관련, 대기업의 배터리가 사용된 곳은 해당 업체가 직접 조사를 실시하고, 중소업체의 배터리가 쓰인 사업장은 산업부가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안전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ESS 화재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 조사를 통해서도 뚜렷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018년 7월 21일 발생한 거창군 풍력발전소 ESS 화재현장조사서에 따르면 조사 결과 배터리 랙의 폭발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지만 발화 장소의 구체적인 셀 단위와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SS는 셀·모듈·랙·배터리제어시스템(BMS)·스위치기어·배전함 등으로 구성되고, ESS가 들어간 건물 내부는 ESS실과 PCS실, 전기실 등으로 나눠져있다. 이 중 배터리 랙은 직렬로 연결된 11개의 모듈과 랙 보호장치로 구성된 장치다. 일반적으로 22개의 리튬 셀이 모여 한 개의 모듈을 형성하며 1 랙은 11개의 모듈(242셀), 1 뱅크는 19개의 랙(4598개)으로 이뤄진다. ESS 배터리실에는 여러 개의 뱅크가 모여있다. 

거창군 풍력발전소 ESS 화재발생 초기 CCTV  화면. (사진=거창 풍력발전소 ESS 사고현장조사서)
거창군 풍력발전소 ESS 화재발생 초기 CCTV 화면. (사진=거창 풍력발전소 ESS 사고현장조사서)

해당 조사서에는 "본격적인 화재가 발생하기 전 우측라인 배터리 랙에서 검은 연기가 발생한 장면이 CCTV에 녹화됐지만 이 같은 모습이 포착됐을 때 랙 자체 모니터링에서는 이상을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기재돼 있다. 거창 ESS 사고를 포함해 지난해 여름 집중된 사고들 가운데 일부는 BMS 오류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셀 전압 불균형 문제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대학 교수는 "전압 균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아보려면 각 배터리 셀에 센서를 부착해서 확인해야 하는데 해당 작업이 미흡했기 때문에 사전에 불균형을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화재로 이어졌다는 추정"이라면서 "BMS와 PCS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성능이 잘 발현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센서 작동 여부가 중요한데 셀 수가 많다보니 배터리를 서로 연결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셀 전압 불균형을 비롯해 배터리 문제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ESS 시스템 등 전체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고 원인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안전진단과는 별도로 정확한 원인 규명과 위해 요인 파악을 위한 실증시험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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