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發 폭풍, SI업계 덮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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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비스 631억 과징금에 SI업계 '전전긍긍'

글로비스 631억 과징금에 SI업계 '전전긍긍'
‘일감 몰아주기’ 심각…공정위, "예의 주시"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philip1681@seoulfn.com>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차그룹이 그룹내 계열사인 글로비스에 '일감 몰아주기'를 해줬다는 이유로 631억7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나서자 SI업체들이 전전긍긍이다. SI업체들의 경우 그 동안 시민단체 등을 통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극심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데다, 공정위가 재벌 그룹들의 SI업체들에 대한 과다한 '일감 몰아주기'를 파악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어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거래규모의 현저함과 유리함
글로비스는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운송업체와 비교했을 때, 20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고속성장의 비결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몰아줬고, 또한 여타업체에 비해서도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성사시켜줬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즉 ‘규모거래의 현저함’과 ‘거래조건의 유리함’이 가장 큰 제재 이유라는 것.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별로 처음 몇달간은 이전 거래업체와 똑같은 조건으로 대금을 주다가 단가를 급격히 올려줬으며, 화물운송업수의 운임료·중개료 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시기에도 가격인상을 해줬다.
공정위가 이렇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지원 행위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자체 경쟁력이 아닌 재벌그룹 소속이라는 이유로 기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제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제개혁연대 제공  © 서울파이낸스
■74%는 양호한 수준?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4개사는 글로비스에 자신들의 물류업무 95%를 넘겨줬으며 2001년 기준으로는 글로비스의 매출액 가운데 현대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4%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74%라는 수치는 여타 SI업체들과 비교해 볼때 오히려 양호한 수준이다.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재벌그룹들이 소유한 SI업체 중 74% 이상의 그룹내 매출비중을 기록한 업체는 무려  6개사에 이른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롯데그룹의 롯데정보통신이 93.9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현대차그룹의 오토에버시스템즈(92.68%), 한진그룹의 싸이버로지텍(90.93%), CJ그룹의 CJ시스템즈(87.05%),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아시아나IDT(86.61%), 현대그룹의 현대 U&I(84.28%) 등으로 나타났다.
SI업계의 ‘빅3’인 삼성SDS, LG CNS, SK C&C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LG CNS만 41.63%로 50% 이하일 뿐, 삼성SDS는 65.37%, SK C&C는 71.67%로 각각 절반이 넘는 매출을 그룹내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는 시장질서 왜곡
대기업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는 중소기업 등 다른 기업의 경쟁기회를 박탈하고 시장질서를 크게 왜곡시킨다는 측면에서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동안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가 제기한 이러한 지적을 공정위가 받아들여 실질적인 제재조치를 취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또, 공정위가 지속적으로 감시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향후 타 업계 및 업체로의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SI업계는 이번 글로비스 사태와 비교해 보아도 ‘일감 몰아주기’가 더 심각한 것이 사실이며, 일부 언론을 통해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공정위 김원준 시장감시본부장은 “대기업의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지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SI업계 내부적으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자정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글로비스 사태가 SI업계에도 언제 밀어닥칠지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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