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락가락' 박원순 시장의 아쉬운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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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서울 4대 냉면집 중 하나로 꼽히는 을지면옥이 한여름도 아닌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을지로 일대의 재개발로 인해 가게가 철거된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확산되면서 부터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을지면옥을 비롯한 일대 노포(老鋪, 대를 잇는 오래된 음식점)를 보존해야 한다는 박원순 서울시장 말 한마디에 재개발 계획이 연말까지 중단됐다.

세운3구역 토지주들은 한순간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그동안 서울시의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었지만 을지면옥을 살리겠다는 박 시장의 결정으로 10년동안 추진해온 재개발 사업이 올스톱 된 탓이다. 

이번 서울시의 결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 곳은 사업구역 내 10평 미만의 작은 땅을 가진 영세 토지주들이다. 영세 토지주 상당수는 재개발 지연에 은행융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토지를 경매 당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을지면옥의 경우 세운3-2구역(시행면적 4874㎡)의 약 11%의 지분을 가진 대지주로 자산 가치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영세상인들로 구성된 세운3구역 토지 소유주 250여 명은 지난 21일 서울시를 항의 방문하고 토지주 420명 명의의 탄원서를 박 시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박 시장과의 면담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영세 토지주는 "을지면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주하는 것인데, 박 시장의 한마디로 사업이 중단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박 시장이 내놓은 주요 정책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여의도·용산 일대를 통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가 정부와의 갈등으로 보류를 선언했고 최근에는 광화문광장 개발과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갈등이 빚고 있는 상황이다. 박 시장은 현재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는 있지만 해결된 사안은 '제로(0)'에 가깝다.

물론 시대와 시민들의 니즈를 반영해 도시 개발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의 역할이지만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정책을 남발하고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모습은 이해 당사자는 물론 혼란만 키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모든 정책의 목적은 시민들을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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