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전쟁가능국 꿈꾸는 아베 신조의 '패'
[김무종의 세상보기] 전쟁가능국 꿈꾸는 아베 신조의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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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위대 초계기의 위협비행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한일 관계는 오히려 악화되는 분위기다. 한일간 군사 교류도 축소될 움직임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28일 시정연설에서 전과 달리 한국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코리아 패싱(한국 소외) 전략인가?

이런 배경에는 아베 신조 총리가 올해 4월, 7월 각각 통일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를 놓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북미, 남북 관계 등에서 ‘저팬 패싱’ 등의 내부 비판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의 일환으로도 읽힌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3선에 성공해 올해 역대 최장수 총리로 자리잡게 된다. 지난해 모리토모 학원 문제와 흔들리는 아베노믹스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헌법개정(개헌)을 우선 과제로 설정해 극우 지지세력을 결집해 돌파구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간 갈등을 고조시키는 '레이더' 여론을 환기시켜 내부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향후 자위대의 무력행사(교전권) 가능을 골자로 하는 개헌 통과도 달성하는 일거양득의 노림수가 보인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반박 등은 응당 해야겠지만 지나칠 경우 오히려 아베 정권의 의도를 도와주는 격이 될 수 있다. 특히 평화헌법에 반하는 제국주의 환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헌 작업을 경계해야 한다.

동북아 정세에서 북한의 움직임과 변화는 큰 변수다. 한미일 3각 동맹이 북미,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미묘한 변화가 예상되자 일본은 이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은 ‘저팬 패싱’(일본 소외)에 민감하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미국은 북한과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일본에 대해 경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와중에 일본이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껴안기에 나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베 정권의 기반인 일본의 극우 성향은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일본 최대의 극우단체인 ‘일본 회의’가 산하조직에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를 두고 아베 내각과 자민당 거물들이 많이 가입돼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아베 총리의 자라 온 환경과 이력도 따져 볼 일이다. 아베 신조의 부친은 마이니치 신문기자 출신으로 정계의 거물인 아베 신타로다. 그는 A급 전범 용의자 기시 노부스케(전 총리)를 부친으로 둔 부인 요코와 결혼해 정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평화헌법 옹호론자로 알려진 아베 신타로와 달리 그의 아들 아베 신조는 극우의 길을 걷게 된다. 정치인 집안의 인맥을 통해 관방 부장관 등 요직을 맡으며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김정일과 정상 회담을 할 때 수행하는 기회를 얻는다. 이때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강성 대응해 주목받기 시작한다. 당시 북일 선언 주요 내용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합의 준수 등이었으며 2004년 5월 22일 2차 북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아베 총리의 행보는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가 꿈꿨던 개헌을 실현해 일본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역력하다. 2002년 8월 아베 신조는 와세다대학교 강연에서 핵 보유 합헌론을 주장했다. ‘전쟁가능국’을 꿈꾸는 그의 성향은 오래됐다. 

정치 가문에서 자라 권력 유지 속성도 잘 아는 아베의 패(霸)를 읽고 ‘동아시아 평화’라는 큰틀 아래 응수해 주는 게 합당해 보인다. 사사건건 대응보다는 우리도 때론 확실히 무시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더 나은' 대화와 소통이 전제가 돼야 한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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