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 재촉에 '급체' 우려되는 핀테크
[기자수첩] 금융당국 재촉에 '급체' 우려되는 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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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금융위원회는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금융혁신을 꼽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도 신년사를 통해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아이디어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유연한 규제 환경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금융당국이 최근 지정대리인에 1차로 지정된 회사들은 2월말까지 계약을 완료하라는 협조를 요청했다. 지정대리인은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를 핀테크 업체에 맡겨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제도다.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금융사를 통해 핀테크를 활성화하는 수단인 셈이다.

예를 들어 금융사가 핀테크 기업과 함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부동산에 대한 시세·담보가치를 산정하거나 대출금리 등을 고객에게 역으로 제시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식이다.

1차 지정대리인에는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SBI저축은행과 삼성카드, BC카드, 한화손해보험 등 7개 금융사가 신청해 지난해 9월 지정됐다.

문제는 여지껏 이들 업체들 대부분 아직 핀테크 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경우 수백만~수천만명의 고객 정보를 넘겨줘야 하는 등 리스크가 적지 않아 핀테크 업체와 계약하기 전 사전에 검증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보호를 위해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볼 필요가 있고, 복잡한 전산시스템과 연동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1년 가량은 걸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관심과 협조를 기대한다“며 이들 금융사에 늦어도 2월까지 계약이 체결되도록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

급하면 체한다는 말이 있듯이 핀테크 부문에서 당국이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서두르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당국은 내년 5월까지 총 4번의 지정대리인 일정을 추가로 사전 공지하기까지 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내놓은 서비스에 제대로 된 '혁신'이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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