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리포트] SK하이닉스 '어닝쇼크'에도 주가 '활짝'…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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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원선 중반 탈환, 넉달 만 최고치…外人, 이틀 3천6백억 매수
"반도체 수요 여전히 높아…실적 바닥 찍고 2분기 반등할 것"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꺾였지만, 주가는 우뚝 서고 있다. 실적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전망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1분기를 기점으로 본격 반등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 같은 기대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에 나서며 SK하이닉스의 상승 탄력을 지지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4100원(5.82%) 오른 7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 이은 5%대 급등세다. 이로써 지난해 9월27일(7만5000원) 이후 근 네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업황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에 올해 초 6만원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주가는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최근 한 달간 주가 추이(그래프=네이버)
SK하이닉스의 최근 한 달간 주가 추이(그래프=네이버)

지난 3일 기록했던 최저치(5만7700원)와 비교해 상승폭만 약 30%에 달한다. 주가가 크게 뛰면서 시가총액도 54조3000억원으로 불어나 코스피 시총 순위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코스피시장 전체 비중의 3.64%를 점했다. 다음 순위에 위치한 현대차와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등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단기간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파죽지세를 보인 데는 외국인 투자자의 집중 매수가 주효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이틀간 SK하이닉스의 주식을 약 3600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달 들어 순매수 규모만 7200억원에 육박한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상위 종목 순위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외국인 쏠림 현상은 외국인 한도소진율 변화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한도소진율은 최근 한 달간 48.31에서 49.57까지 1.26% 상승했다. 한도소진율은 종목당 외국인이 보유 가능한 최대 한도의 주식물량 중 실제 보유주식의 비중으로, 중요한 투자지표 중 하나다. 이날도 매수 상위 창구에는 메릴린치와 CLSA증권, 유비에스증권,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전날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간 매출액 40조4451억원, 영업이익 20조84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34%, 52% 성장한 수준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영업이익률도 2017년 46%에서 지난해 51.5%로 개선돼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터치했다. 

지난해 실적은 '서프라이즈'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쇼크'다. 매출액은 9조93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지만, 사상 최고치였던 전 분기(11조4168억원)보다는 13.0%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4조4301억원으로, 전 분기 신기록(6조4724억원) 대비 31.6% 줄었고, 1년 전(4조4658억원)보다도 0.8%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5조원을 밑돌았다. 이와 함께 증권사 컨센서스(시장 추정치)인 5조1000억원보다도 6000억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반도체 호황의 기세가 꺾인 결과였다. 4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2% 감소했고, 평균 판매 가격은 11%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10% 증가했지만, 평균 판매 가격은 21% 하락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나 미·중 무역갈등과 재고 소진을 위한 물량 관련 문제 등이 겹치며 실적 부진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3분기 최고 실적을 거뒀음에도 주가가 내린 것도 업황 둔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바닥권에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1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을 점치는데, 여전히 반도체 수요가 높은 만큼 반등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가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1분기 매출액 6조9000억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올해 저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순학 연구원은 "메모리 수요 공백이 1분기까지 이어지고, 가격도 4분기 수주만큼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실적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40% 가량 축소한다고 밝혀 고객사 입장에서는 하반기 성수기가 다가오기 전에 재고 축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당초 예상과 달리 1분기가 올해 실적의 최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주가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메모리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축소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로 갈 수록 재고가 소진되고 수급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시장은 숨 고르는 과정에서 가격 하락이 진행되는 시점이지만, 인텔의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의 투자 재계로 하반기 수요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 시장은 물량 증가와 수요 증가가 모두 D램에 비해서 크고 가격 하락도 D램에 비해서는 높겠지만, 72L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비중 상승으로 가격 하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 반등은 올 2분기부터 시작할 것으로 봤다. 그는 "주요 핵심 변수인 수요·공급업체들의 전략과 가격 추이, 원가 개선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2분기 중 수요가 반등하고, 가격 하락세도 점차 둔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공급은 최소한의 투자로 제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학습 효과를 겪은 IDC업체들의 전략 변화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는 이익 감소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한 수준"이라며 목표주가 8만9000원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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