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 앞세운 금융당국 압박…금융사 '냉가슴'
'소비자 보호' 앞세운 금융당국 압박…금융사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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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명목'…금융사에 과도한 책임 부과
대출금리, 카드사수수료, 실손보험료 등 업권 불문 '전방위'
한 은행이 대출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한 은행이 대출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금융당국이 소비자 권익 보호를 기치로 금융권에 '소비자 부담 완화' 드라이브를 걸면서 금융사들이 줄줄이 대출금리, 수수료, 보험료 등을 내릴 채비를 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 눈치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당국이 사실상 금융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인 데다 업계 자율성도 침해된다며 속을 끓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선방안',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 방안'을 잇달아 발표하며 소비자 보호를 주문하고 나섰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혜택을 보게 하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친(親)소비자'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정 오류 사태가 시민단체와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금융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새 코픽스 도입…대출금리 0.27%P↓ = 22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내놓은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COFIX) 금리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반영하지 않던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결제성 자금과 차입부채 등이 코픽스 금리 산정 기준에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코픽스 금리가 평균 0.27%p 가량 낮아져 금리인하 효과를 내게 된다. 

새 잔액기준 코픽스는 오는 7월부터 신규 대출자에게 적용한다. 기존 대출자들도 대출받은지 3년이 지났다면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새로운 잔액 코픽스로 갈아탈 수 있다. 오는 4월부터는 변동금리 대출의 중도상환 수수료도 내리기로 했다. 담보대출은 평균 0.2~0.3%p, 신용대출은 평균 0.1~0.2%p 수수료가 낮아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 도입에 적잖이 걱정하는 모습이다. 대출금리 인하 비용은 고스란히 은행이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조종한 우회적 가격개입 아니냐"며 "금융당국이 '보여주기식' 소비자 보호 정책에 은행들 돈만 들어가게 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31일부터 카드사 수수료 일제히 인하 = 카드업계도 금융당국의 가격 통제 압력이 거세다. 전일 국무회의에서는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여신금융업법 시행령'이 통과됐다. 연 매출 기준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 내외에서 1.4%(체크카드는 1.1%)로,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2% 내외에서 1.6%(체크카드는 1.3%)로 각각 떨어진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연매출액 5억~30억원 구간 가맹점에 대해 연간 약 5300억원의 카드수수료가 경감될 것으로 봤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카드 등 8개 카드사들의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5%(3000억원 수준)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를 설상가상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위기에 몰린 카드사들은 부가 서비스를 슬그머니 줄이면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롯데카드는 올해부터 상시적으로 진행하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자제할 방침이다. 현대카드는 H코인(H-coin) 포인트 결제 시 제공하던 5% 추가 할인을 없앴고, KB국민카드는 오는 31일부터 일부 통신비 할인카드의 신규·추가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카드사 임직원을 비롯한 카드 모집인, VAN사 및 밴 대리점 종사자 등 올 한 해에만 총 1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손보험료 8.6% 인하 = 보험사들도 남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비수가 상향,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상승 등의 이유로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상에 성공했지만 이마저도 업계 기대치에 한참 못미치는 3%대에 그쳤다. 

실손의료보험도 주요 타깃이다. 현재 63%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5년 뒤 70% 수준까지 올리는 '문재인 케어'가 추진되면 보험사들이 얻는 반사이익이 2조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서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실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실손보험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대 8.6% 인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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