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빈대떡 아줌마, 포장마차 사장님
[데스크 칼럼] 빈대떡 아줌마, 포장마차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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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여름이었다. 2018년은 한국의 무더위 기록을 대거 갈아치운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해였다. 이때 한 아주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본인은 의정부에서 제법 손님이 많은 빈대떡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라 소개했다.

장사는 안 하시고 나오셨나 했더니 너무 더운데다 손님도 없어 그냥 쉬는 게 낫겠다 싶어 동해안에 잠시 다녀왔다 한다. 덧붙여 최저임금 인상 얘기도 나왔다. 앞으로 새벽 장사는 그만 하고 밤 12시 전에 문 닫을 것이라 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들린 종로 포장마차. 단골이 된지 얼마 안됐지만 여사장 아주머니는 안주를 만들고 잠시 쉬는 틈이면 스스럼없이 이 얘기 저 얘기를 들려준다.

“저~짝에 손님이 차야 쓸건디 어찌코롬 해야 되께라우.”

전라도 맛깔스러운 발음에 그 의미가 궁금해 물어보니 전철역 쪽부터 사람들이 내려오기 때문에 아래 쪽 당신 가게에 손님이 오려면 위 가게 손님이 차는 지를 보면 대충 예상이 된다는 것이다.

소위 경제에서 얘기하는 트리클다운(trickle down, 낙수효과) 현상이다. 상위 소득의 개선이 아래로 전달되는 톱다운 방식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을 강조하다 보니 톱다운이 아닌 아래층의 소득을 높여 올리는 바텀업 방식이다.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의도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은 소득이 전체가 아닌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맞춰진데서 비롯됐다. 잘못된 정책이라기 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 등과의 상관관계를 미처 따지지 못한 것이었다. 좋은 정책도 방도를 찾지 못하면 취지가 반감되는 대표 사례다.

돈은 흐르고 돌아야 경제활력이 생기는 것인데 소즉주도성장은 맥이 끊긴 형국이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이자 관계망인데 이를 놓친 것이다.

트리클다운 효과가 약화되면서 아랫목의 온기가 윗목으로 전달이 되지 않은 지 오래다. 때문에 소득격차는 더 커지고 양극화는 심화된다. 실제 소득 최하위(하위 20%)인 1분위, 차하위(20~40%)인 2분위의 소득은 작년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줄었다. 상위는 오히려 늘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좀더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에 최근 혁신성장을 강조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소득주도성장과 별개가 아닌 연결고리를 만드는 혜안도 필요하다.

경제성장률 2~3%대의 저성장 기조 속에 양극화는 심화되면서 저소득층에 온기는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중산층 몰락의 기운도 역력하다. 지난해 상반기 소득 10분위별 가구소득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을 보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포괄하는 1~5분위 소득은 일제히 감소하고 이보다 소득이 높은 6~10분위 소득은 모두 상승했다. 이 상황을 엄중히 볼 수 밖에 없다. 청년층에 이어 중장년층까지 실업률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자칫하다가는 해결국면을 놓칠 수도 있다. 작년 3분기 한국의 중장년층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오른 3%로 미국(2.9%)보다 높다. 미국과 역전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빈대떡 아줌마의 말처럼, 적게 일하고 직원 수도 줄이는 것이 확산된다면 일자리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후 세대에게도 큰 부담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경제에서 '트리클 다운' 효과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세금 구조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일찍 진단했다. 정부가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에 효과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이 시점에 손님을 기다리며 윗가게를 지켜보는 포장마차 아줌마가 생각이 난다. 윗목 데울 화끈하고 신선한 방법 없을까. 혁신은 정책 구상에도 필요해 보인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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