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두고 초대형IB '명암'…한투 '긴장' KB '기대'
발행어음 두고 초대형IB '명암'…한투 '긴장' KB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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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1호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에 발목
한투 '부당대출' 혐의 징계 대기·KB 발행어음 인가 '자신'
'유령주식' 삼성증권 2021년 1월 말까지 신규사업 진출 불가
한국투자증권 사옥(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사옥(사진=한국투자증권)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신사업인 발행어음(단기금융업)을 두고 해당 증권사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장 먼저 발행어음 인가를 받고 8개월여 시장을 선점한 한국투자증권은 '부당대출' 혐의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반면 발행어음 시장에 재출사표를 내밀며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KB증권은 '3호' 사업자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제2차 제재심의위원회을 열고 한투증권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한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했지만, 논의가 길어짐에 따라 추후 재심의하기로 했다. 9시간여 동안 진행된 제재심은 양측의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로써 제재심은 지난달 20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연기됐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사진=한국투자증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사진=한국투자증권)

한투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했다. 이후 키스아이비제16차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당시 이 SPC는 최태원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 TRS는 주로 실제 투자자가 주식매입 자금이 부족할 때 실시하는 계약으로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며 자기 자금 없이도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최 회장이 TRS 계약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 거래가 사실상 기업대출이 아닌 개인대출로 보고 초대형IB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가 금지돼 있다.

금감원의 다음 제재심은 오는 24일 열리는데, 이날 한투증권에 대한 안건 상정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대대적 인사를 단행하면서 담당 국장이 물러났기 때문이다. 한투증권을 검사한 금융투자검사국장과 제재심의국장이 교체되면서, 다음 회의에서 재논의가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냐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5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둬 업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투자증권이 갑작스러운 악재를 만났다"면서 "발행어음 시장을 가장 먼저 점한 곳이 발행어음으로 가장 먼저 징계를 받을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투증권에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후발 주자인 NH투자증권의 독주를 눈앞에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발행어음 판매 개시 이후 6개월여간 약 1조8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박정림(왼쪽)·김성현 KB증권 사장(사진=KB금융지주)
박정림(왼쪽)·김성현 KB증권 사장(사진=KB금융지주)

다른 초대형IB인 KB증권은 지난달 18일, 발행어음 시장 진출을 위해 금융당국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1월 사업 인가 신청을 스스로 철회한 지 11개월 만인데, 이번에는 승인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KB증권은 지난 2017년 7월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통합 전 현대증권 시절 59조원대 불법 자전거래를 자행, 1개월간 랩어카운트 영업정지를 받은 이력으로 인가가 늦어지며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영업정지를 받은 경우 2년간 신규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는데, 이 제재 효력도 지난해 6월 말에 사라지면서 바로 인가 신청을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같은 달 회사 내 직원이 일으킨 횡령 사건이 불거지면서 KB증권의 계획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이에 업계는 KB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신청이 연내 불투명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KB증권은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연말 발행어음 시장에 출사표를 다시 내민 것이다. 

업계는 횡령 건에 대한 수위가 높지 않아 발행어음 인가 승인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현 KB증권 신임 대표는 최근 "발행어음 심사에 걸림돌이 될 만한 부분은 해결했다고 본다. 조만간 승인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머지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사업 진출은 다소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유령주식' 사태를 일으킨 삼성증권은 오는 2021년 1월 말까지 신규 사업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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