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몇 프로 상승에 목매는 주식투자...과정에 집중하자
[전문가 기고] 몇 프로 상승에 목매는 주식투자...과정에 집중하자
  • 황호봉 우리은행 WM추진부 ISA일임운용팀장
  • jeffhwang@wooribank.com
  • 승인 2019.01.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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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봉 우리은행 WM추진부 ISA일임운용팀장
황호봉 우리은행 WM추진부 ISA일임운용팀장

"이번에 오르면 꼭 빼야지"

얼마 전 만난 친구가 내게 한 말이다. 지난 가을에 국내 주식에 투자 자금이 묶여 아직도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탄식과 함께 쏟아놓았다.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던 코스피는 2400을 눈앞에 두고 흘러내렸고 덕분에 많은 이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끝도 없이 상승할 것 같던 한국 주식에게 '배신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나 '이번에는 확실해'라고 외치는 수많은 전문가들도 조용히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우리가 돈을 투자하는 '시장'이라는 곳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단순한 지식으로만 접근하기에는 벅차다. 손에 잡힐 것 같은 단서로 접근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 뭐 그리 어럽냐 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지만 막상 상대해보면 참 어려운 게 '시장'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이겨도 보고 죽을 뻔한 경험도 해본 사람들이 만들어 낸 단어가 '장기 가치 투자'다. 아마도 정해진 시간에 목표한 수익률을 만들기 매우 어려우므로, "투자 기간을 길게 설정하고 비교적 싸게 사서 합리적인 수익을 취하자"는 의도를 표현한 것 같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나의 친구처럼 투자 기간과 위험에 대한 고려를 심각하게 하지 않는다. 오직 수익률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시장은 너무도 변화 무쌍해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이를 달리 생각해보면, 투자자로서 결과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예상 수익률을 고민하기 보다는 그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목표 수익률 달성의 확률을 높이는 지름길이 된다.

한국 주식에서 15%의 손실을 본 나의 친구가 내게 내놓은 매수 이유는 반도체 시장의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 4차 산업의 기대감이 더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하지만 내 친구는 지난 10월 주식과 함께 하락한 디램(DRAM) 가격 하락장에서도 한국 주식의 비중을 줄이지 않았다. 매수 이유의 일부가 사라졌는데도 그냥 보유한 것이다. 과정에 집중했다면, 즉 목표 수익률이 아닌 매수 이유를 조금 더 고려했다면 손실폭을 줄였을 것이고, 고점 논란이 사라지고 오히려 너무 많이 빠진 반도체 가격을 이유로 지금 저가 매수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오르면 빼야지"

이번은 언제이고, 왜 코스피는 다시 오를까? 투자자에게 몇 프로 상승할까 보다 더 필요한 고민이다. 이유를 못 찾는 투자는 고통의 나날이요, 지옥의 연속이다. 나름대로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혼자서 안되면 주변 사람을 만나고, 주변 사람에게서도 힌트를 못 찾는 다면 전문가를 찾거나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떻게든 이유를 찾아야 '이번'을 기다릴 수 있고 정작 올랐을 때 팔 수 있다.

시장의 겉만 보면 너무 변화무쌍해 정신이 없다. 어떤 자산은 10배 오르고 어떤 자산은 20배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아니 오르는 것만 보인다. 두더지 게임에서 늦은 방망이처럼 투자자금이 그렇게 사라져 갈 수 있다. 투자란 나만의 원칙을 세워 꾸준히 방법을 연구하는 생활 그 자체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 상품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 내 생활의 일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과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보자. 결국 내 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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