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리포트] 반도체 '경착륙'?…"경기침체보다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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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 올해 2.6%·내년 8.1% 성장세 유지
인공지능(AI), 5G, 자율주행 등 수요 창출
삼성전자, 올해도 25조∼30조원 흑자 전망

[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우리나라 수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면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반도체 업황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올해부터 슈퍼호황이 꺾이면서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최근 각종연구기관의 분석과 외신보도 등을 종합해 볼 때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추락, 즉 경착륙은 기우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하강보다는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초격차 기술' 유지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14일 관련업계와 외신보도 등에 따르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이 사실상 중단됐지만 당분간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으나 10년 전에 겪었던 '반도체 적자'가 재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당분간 연간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굴기'에 맞서 중장기적인 기술 격차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보다 절실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IT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총 4천890억달러(약 545조원)로, 지난해(4천770억달러)보다 2.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17년과 지난해 각각 21.6%와 13.4%로, 2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지만 경착륙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치다.

특히 내년에는 시장 매출이 5천280만달러로, 올해보다 8.1%나 증가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오는 2021년에는 1.8%, 2022년엔 3.8%로 성장세가 다시 주춤하겠지만 2017∼2022년 연평균 성장률이 5.1%로, 이전 5년간(2011∼2016년 2.6%)의 2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인 VLSI리서치는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는 1% 정도 줄어들겠지만 내년에는 다시 7%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링스 컨설팅 역시 오는 2022년까지 시장 성장률이 6.9%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의 밥 존슨 애널리스트가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 "앞으로 시장이 다소 불안하겠지만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진단한 것과 맥락이 같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5G, 자율주행 등으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008~2009년같은 '반도체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는 "D램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의 '과점 구조'이기 때문에 서버·스마트폰 생산업체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며 "자동차와 스토리지용 수요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은 긍정적 요소"라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업계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2017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밑돌았지만 올해도 25조∼30조원에 달하는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에 전세계 D램·낸드플래시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 등으로 인해 반도체 사업에서 각각 6천900억원과 6천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었다.

특정 업종의 특정기업이 10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은 그동안의 '슈퍼호황'으로 인한 신기록 행진에 제동이 걸린 것일 뿐 결코 불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은 끝났지만 매달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올 하반기부터는 다시 상승 기류를 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다만 중국 경쟁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에 힘입어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면서 설비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의 과잉 공급에 대비해 기술 경쟁력(초격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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