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성과급, 받긴 받는데…" 떨떠름한 은행원들
[뉴스+] "성과급, 받긴 받는데…" 떨떠름한 은행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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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경.(서울파이낸스DB)
서울시 전경.(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 남몰래 이직 준비를 하고 있던 은행원 김금융 씨는 조만간 지급될 나머지 성과급이 내심 탐탁치 않다. 우리사주조합 '주식'이 포함돼 있어 최소 1년은 현금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료들 대부분이 겉으로는 만족하는 표정이었지만 속내가 떨떠름하기는 마찬가지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월급의 2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오는 3월 100%를 주식으로 추가지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매년 영업이익 목표치의 80% 이상을 달성할 경우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영업이익 목표치의 80~100%, 100~150%, 150~200%로 구간을 나눠 구간마다 초과이익에서 직원들이 가져가는 비율이 상승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아직 성과급 지급 비율과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성과연동제에 따른 지급에 합의한 상태다. 세부항목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규모가 정해지면 현금과 주식을 반반씩 지급할 예정이라는 게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번 성과급 지급을 놓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직원들 일부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부는 현찰이 아닌 주식을 주기 때문이다. 

주식으로 성과급을 받으면 최소 1년, 최대 4년 간 보호예수해야 해서 현금화 하기 쉽지 않아서이다. 더구나 보호예수 기간에 정년퇴직 이외의 사유로 퇴사할 경우 성과급으로 지급받아야 할 주식은 그대로 은행에 귀속돼 버린다는 점은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주식으로 지급받는 성과급 외에도 이것저것 다 빼면 손에 남는 돈은 100%를 조금 넘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가가 하락해도 손실 보전이 안 돼 재산 형성은 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도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종가기준 지난 2017년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신한지주의 연간 수익률은 -19.84%를 기록할 정도로 저조하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주식(우리사주)로 성과급을 지급받는 것은 직원들의 동기부여 및 사기 증진에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연간 수익률은 기준을 어디에 두는 지에 따라 다르며 임직원들은 배당 비과세 등 여러가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측의 입장에 대해 이해를 못하거나 공감을 못하는 은행원은 없을 터다. 경기부진으로 성과급을 아예 받지도 못하는 제조업체나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동시에 기왕에 받는 것인데, 은행원들이 현찰을 더 선호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인지상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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