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사, 여론전 충돌…'노조 참가 꼬리표' 갈등 심화
KB국민은행 노사, 여론전 충돌…'노조 참가 꼬리표'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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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파업 참여 재고 호소...노측, 성과급 300% 요구
KB국민은행 여의도 봄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4일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 노조의 파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국민은행 노사가 총파업을 4일 앞두고 양측의 여론전이 충돌을 빚으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오후 5시경 직원 컴퓨터에 팝업창을 통해 총파업 참여를 재고해 달라는 내용의 영상을 방송했다.

영상은 김남일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 부행장을 비롯한 임원 16명이 'KB국민은행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읽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부행장은 "3000만명의 고객과 함께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리딩뱅크의 위상을 우리 스스로가 허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총파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와이즈넷(인트라넷)에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 은행의 입장을 밝히겠다며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사측은 총파업에 참가하는 직원들에 대해 당일 근태를 '파업참가'로 등록하라고 통보했다. 파업 참여는 정상적인 출근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만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파업 참가'라는 내용이 인사 기록 남으면 은행에 근무하는 동안 계속 꼬리표로 따라다니게 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언제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파업 참여를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파업 참여를 기록으로 남기는 건 사측이 직원들에게 꼬리표를 달겠다는 것"이라며 "언제 어떻게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참여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즈넷에 게시한 임단협 Q&A도 사측이 유리한 질문과 답변만 달아놨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측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내세운 허인 행장과 박홍배 노조위원장의 교섭도 불과 20여분 진행됐으며 이후 사측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국민은행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 기준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의 10%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ROE는 지난 10년간 10%를 넘은 적이 없는데다 올해 간신히 10%를 넘었지만 이를 적용할 경우 사상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70%에 그친다는 것이다.

특히 사측이 직원들을 성과급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무시해 더 분노하게 만들었고, 총파업까지 가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노조는 사측에 올해 성과급으로 300%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017년 기준 국민은행의 평균연봉이 9100만원을 넘나드는 데 성과급 300%는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고객을 볼모 삼아 사측에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총파업은 조합원 1만4343명 중 1만1990명이 투표에 참여해 약 1만1511명의 찬성표를 받아 성사됐다.

이들이 모두 파업에 참여하게 되면 영업점에 방문한 고객들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사측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거점점포 운영 등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활성고객이 가장 많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은 다들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고 있지만 그동안 잘 드러나지는 않았다"며 "이번에 국민은행 노사 문제로 인해 전체에 귀족노조 프레임이 씌워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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