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 우려·美 애플 충격에…코스피↓·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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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년 1개월 만에 최저…기관 사흘째 '팔자'
원·달러 환율 8.7원 상승 마감…日 엔화도 강세
코스피가 3일 2000선 아래로 내려가며 약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6.30p(0.81%) 내린 1993.70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3일 2000선 아래로 내려가며 약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6.30p(0.81%) 내린 1993.70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기해년(己亥年) 두 번째 거래일인 3일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되며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미국 간판 정보통신(IT) 기업 애플발(發) 충격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겹겹이 쌓인 탓이다.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 아래로 후퇴한 코스피는 약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로 거래를 마쳤고 장 중 1130원까지 점프한 원·달러 환율은 10여일 만에 최고치로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16.36p(0.81%) 내린 1993.64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16년 12월7일(1991.8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장 대비 1.81p(0.09%) 오른 2011.81에 출발한 코스피는 이내 약세로 전환해 장중 한 때 1991.65까지 꼬꾸라졌다. 장중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30일(1985.95) 이후 최저치다. 

국내 증시 부진은 애플의 실적 가이던스 하향 조정의 영향이 컸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2019 회계연도 1분기(국내 12월 결산법인 기준 2018년 4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 890억~930억달러(99조9000억~104조4000억원)에서 840억달러(94조3000억원)으로 낮춰잡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화권 경제악화의 수준을 내다보지 못했다"고 전망치 하향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여파로 시장에서 나흘째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는 기관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1687억원 어치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반대로 개인은 608억원, 외국인은 1016억원 어치 주식을 각각 쓸어담으며 시장을 지지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서는 대장주 삼성전자(-2.97%)와 2위 SK하이닉스(-4.79%)가 업황 둔화에 따른 실적부진 전망에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하락장의 원인을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서 찾는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에 주요 경제 지표들이 본격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전일 나온 12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 50을 밑돌았다. 이는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급격히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으나 지난달 PMI가 예상보다 부진해 중국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 들었음을 암시했다"며 "중국의 부양책이 실제 경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제지표,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 위축되면서 증시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전망 재조정은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최근 눈높이 하향 조정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 걱정"이라며 "삼성전자 등 IT업종 뿐 아니라 전방위적인 실적 감익이 진행되고 시간이 갈수록 실적 하향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2월 한달 간 올해 실적 전망은 5.7%나 감소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간 최대 감소 폭이다. 

증시가 부진하자 투자자들은 미 달러화 같은 안전자산에 더 관심을 두는 모양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8.7원 오른 1127.7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해 12월20일(1127.8원) 이후 최고다. 전장보다 6.0원 오른 1125.0원에 개장한 환율은 장 초반 오름폭을 넓히며 오후 2시45분께는 1130.1원까지 뛰었다.

대표 안전자산 중 하나로 꼽히는 일본 엔화 역시 강세압력이 커졌다. 이날 장 중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8엔에서 104엔으로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초 113엔대를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이 1개월 만에 5% 이상 떨어진 것이다. 엔·유로 환율도 121엔대까지 하락해 1개월 전에 비해 5.7% 급락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당분간 엔화 강세압력이 예상된다"면서 "불확실성 고조와 변동성 확대가 심화될 경우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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