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CEO 새해각오에 인터넷신조어·한자차음 등 사자성어 총동원
은행 CEO 새해각오에 인터넷신조어·한자차음 등 사자성어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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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회장이 2일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이 2일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디지털 전환과 함께 리스크 관리, 글로벌 강화라는 과제를 안은 금융권 수장들이 사자성어(四字成語)에 각오를 담아 직원들과 공유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등은 전날 사자성어가 담긴 신년사를 내놨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높은 곳을 바라보며 성큼성큼 걷는다는 의미의 '고시활보(高視闊步)'를 말했다. 수년 째 라이벌 관계를 끌어온 신한금융을 따돌리고 리딩뱅크를 자리를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이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KB금융은 연이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지난 2017년 신한금융으로부터 리딩뱅크 타이틀을 9년만에 찾아왔다. 그러자 신한금융이 지난해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에 성공하면서 다시 엎치락뒤치락 하게 됐지만 업계에서는 KB금융이 지난해 말 사상최대 실적을 내면서 리딩뱅크를 수성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회장이 "은행에 압도적인 1위로서 초격차를 만들어야 하며, 증권, 손보, 카드는 업권 내 톱 티어로서의 지위를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을 주문한 것도 신한금융을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생생불식(生生不息)'을 통해 KB금융에 대한 견제보다 최근 이뤄진 조직 쇄신에 따른 내부 단속에 더 신경썼다. 생생불식은 중국 도가의 술어로 '쉬지않고 창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한금융은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 계열사 CEO들의 임원 경력이 모두 10년을 넘기자 '게으른 인사' 라는 지적을 받았고, 최근 이사회를 통해 이들을 모두 내보내기로 했다.

조 회장은 신년사에서 사자성어와 함께 "시대 흐름에 맞춰 신한의 모든것을 완벽히 탈바꿈 시켜야 한다"며 "조직체계 등 익숙했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의 길로 나서야 하겠다"고 말해 대대적인 변화로 인해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조직의 안정을 유도했다.

이 와중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선즉제인(先則制人)'이라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선즉제인은 '사기(史記)'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오는 말이다.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뜻으로 김 회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 Global Loyalty Network)을 두고 사자성어를 사용했다.

GLN은 하나금융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내놓은 글로벌 규모의 포인트·마일리지 통합 플랫폼이다. 세계 15개은행, 20개 리테일러와 세부 협의를 진행중이다. 예를 들어 굳이 은행에서 환전을 하지 않아도 하나금융 포인트인 하나머니를 일본 스미트러스트 은행 포인트로 바꿔 일본 여행에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김 회장은 "GLN을 통해 해외 어디서든 간편하게 결제된다면 우리도 글로벌 핀테크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역시 정익구정(精益求精)이라는 사자성어로 우리금융지주 출범에 따른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정익구정은 뛰어난데도 더 뛰어나려고 애쓴다는 뜻으로 손 행장은 "지주사 전환을 발판삼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올해가 우리은행 창립 120주년이라는 점과 지주 해체 4년만에 재출범하는 점, 그 첫 회장에 선임됐다는 점에서 손 행장의 각오도 남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손 행장은 "올 한해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년, 20년 후가 달라질 것"이라며 "우리가 만든 놀라운 업적들을 후배들은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전해 내려오는 옛 말씀 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조어와 한자음을 차용한 사자성어도 활용됐다.

압권은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수이치온(秀易治溫)'이다.

이 말은 어디에도 없는 위 행장이 새롭게 만든 말로 올해 과제의 핵심인 '관점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스위치 온(Switch On)의 음가를 한자어로 대체한 것이다.

이를 통해 위 행장은 전문성 강화(빼어날 수)와 쉬운 금융(쉬울 이), 리스크 관리(다스릴 치), 따뜻한 금융(따뜻할 온)을 강조했다. 퇴임이 결정된 그가 던지는 사실상 마지막 당부다.

위 행장은 "시장의 판을 바꾸기 위한 '관점의 대전환'을 시작하고 한 단계 높은 시야를 가져야 할 때"라며 "수이치온의 의미를 마음에 품고 '초격차 리딩뱅크'를 향해 힘차게 전진해달라"고 말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디지털 시대, 디지털 전환을 맞아 '우쌍약철(又双叒叕)'이라는 중국의 인터넷 신조어를 소개했다.

우쌍약철은 총 10개의 우(또 우,又)자가 반복되는 한자어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포한 허 행장의 향후 행보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단어로 볼 수 있다.

허 행장은 "앞으로 은행 곳곳에서 업무를 자동화하고 효율화하기 위한 크고작은 프로젝트 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디지털화 노력에 고객 중심, 직원 중심 철학을 온전하게 담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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