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 많은 3기 신도시,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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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교통대책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실제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이용하려면 최소 5년은 걸릴텐데, 그러면 2기 신도시 때와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경기도 남양주시 왕숙지구 M공인중개업소 대표)

학습효과 탓일까. 베일에 쌓여있던 3기 신도시와 교통대책이 발표됐지만,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주거 여건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보다는 GTX 완공이 지연될 경우 겪게 될 '교통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곳곳에서 우려와 함께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3기 신도시 후보지 중 규모가 가장 큰 남양주 왕숙지구 인근 다산신도시 주민들은 정부가 제안한 교통대책이 입주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교통난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반발은 일면 수긍이 된다. 그나마 1기 신도시는 서울 도심에서 반경 20km 이내로 가까운 데다 교통망이 빠르게 확충됐지만, 도심에서 30km 이상 떨어진 2기 신도시의 경우 당초 계획됐던 교통 기반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출근길이 매번 전쟁이다.

서울로 나가는 버스가 많지 않다보니 1~2시간 내내 서서 가는 일은 다반사이고, 늦잠을 자 버스라도 놓치는 날에는 지각 예약이다. 3기 신도시 후방에 위치하게 될 2기 신도시 주민들이 지켜지지 않은 교통대책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까닭이다.

정부가 이번 3기 신도시를 발표할 때 '선교통, 후개발'의 원칙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편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기존보다 2배 이상 투입하고, 교통대책을 2년 앞당겨 수립·시행하겠다는 파격 조건도 내걸었다. 

정부는 우선 GTX-A노선(파주 운정~화성 동탄)과 GTX-C노선(양주 덕정~수원)을 조기 착공하고,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을 연결하는 GTX-B노선은 내년 안에 예비타당성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43.6㎞를 연결하는 신안산선도 내년에 착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걱정이 앞선다. GTX 공급에 변수가 많아서다. 지난 27일 착공식이 진행된 GTX-A노선은 2023년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GTX-B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에 발목이 잡혀있는 실정이다. 예타 면제가 검토되고 있음에도 6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GTX-B노선, GTX-C노선은 개통 예정 시기가 각각 2025년, 2026년으로, 3기 신도시의 입주 시기(2021년)를 훌쩍 넘어선다. 3기 신도시 입주민들은 교통인프라를 이용할 때까지 상당기간 불편을 겪어야 하는 셈이다.

3기 신도시는 공급확대와 더불어 서울에 진입할 중추망을 구성, 수도권 일대 교통 문제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好材)'임이 분명하다. 단, 이는 '선교통, 후개발'이 지켜졌을 때의 얘기다. 입주 시기와 광역 교통망 확충 시기가 크게 엇갈린다면 주택시장 안정은 커녕 교통지옥, 대규모 단지 입주로 인해 자칫 일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15년 만에 추진하는 신도시 정책이 '악재(惡材)'가 되지 않으려면 3기 신도시 조성에 앞서 2기 신도시를 살릴 수 있는 교통 정책에 대한 고민과 교통망을 빠르게 확충하기 위한 정부의 추진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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