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철강 결산] 트럼프에 시달린 한 해···내수에 수출까지 '막막'
[2018 철강 결산] 트럼프에 시달린 한 해···내수에 수출까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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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파이넥스 상용설비에서 쇳물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 파이넥스 상용설비에서 쇳물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포스코)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철강업계의 2018년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맞물려 자동차와 건설, 조선 등 철강재 수요산업 전반의 부진이 이어지자 철강산업은 연초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또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로 한 해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린 산업 중 하나였다. 미 정부의 한국산 철강재 수입 할당제(쿼터)로 수출길이 좁아지면서 업체들은 이중고에 시달렸다.

이후 선별적 면제 조치가 발표됐지만 실제 효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요산업 시황 회복과 중국의 철강 감산 정책, 통상 이슈 등은 내년 실적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 4사 가운데 맏형 포스코만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선방한 실적을 거뒀다. 포스코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나 증가한 1조53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16조41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늘었다. 포스코는 내년에도 중국 동절기 감산 기조 유지와 인도, 동남아 등 신흥국 중심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하면서 연간 목표치를 상향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영업이익은 3761억원, 매출액은 5조2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7%, 8.6% 상승했다. 그러나 통상임금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다.

소송 패소 건이 실적에 반영된 후의 영업이익은 10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70%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21.2% 감소한 381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판매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자동차강판 판매량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46만3000t으로 전년 대비 87% 늘었다. 

동국제강과 세아제강도 3분기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은 5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고, 매출액(1조5014억원)도 3.4% 감소했다. 조선 시황 회복에 따라 4분기와 내년에는 후판 부문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세아제강은 지난 9월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지주사와 제조사업을 담당하는 세아제강으로 분할됐다.

세아제강지주의 매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4424억원을,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242억원을 기록했다. 지주사 전환에 따라 신생법인 세아제강은 한 달 실적만 집계된 결과 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기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은 국내 업체들을 위축시킨 올해 최대 이슈였다. 고율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지난 3년간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 평균량에서 30%를 줄이기로 합의한 것이 골자다. 쿼터제 적용으로 강관사 위주로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산업부와 한국철강협회 주도 하에 쿼터 물량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중견·중소업체가 배제됐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철강재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90만톤) 감소한 2816만톤으로 집계됐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세아제강의 경우 3분기 적자 이유를 올해 쿼터 물량이 조기 소진돼 대미 수출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국내 938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EBSI)'에 따르면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 가전, 무선통신기기 및 부품 등의 수출경기가 올해 4분기 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철강·비철금속 제품은 주요국 쿼터 제한에 따른 물량 감소, 저가 중국산 수출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 수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업체들은 저마다 경영 전략 점검과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당초보다 한 달 당겨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철강 부문을 철강·비철강·신성장 3개 부문으로 개편하면서 전통적인 철강업 의존도를 줄이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신성장 부문장에는 외부인사인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을 선임하고, 통상 문제에 대응할 임원급 전문가도 선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제철은 9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우유철 부회장이 현대로템으로 옮기면서 세대교체에 나섰고, 세아제강은 지주사 제체로 전환했다. 

수요산업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외에도 환경규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등도 내년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발 통상 이슈와 세계 철강 생산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도 주요 변수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11월 다섯째 주 기준 중국 정부의 동절기 감산 시행에도 철강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저렴한 철강제품이 국내로 다량 유입되면 단가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중국 정부의 감산정책 효과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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