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안보는 국방이 다가 아니다
[홍승희 칼럼] 안보는 국방이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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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한 해를 마감하는 이런저런 기억 뒤지기 못지않게 다가올 해를 어떻게 살 것인지도 연례행사처럼 찾아내기 마련이다. 특히 올 한해 부족했던 무엇인가를 찾아내어 채울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올 한해 무엇보다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점이 가장 안타까운 사회적 이슈였다. 그와 함께 안전한 사회를 추구한 정부였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건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나 가슴 답답한 한 해이기도 했다.

그동안 비용효율만 따지며 감원에만 열 올려온 우리 사회의 누적된 병폐들이 하나 둘 터져 나온 결과이지만 어떻든 국민들로선 현재의 정부에 그 책임을 묻게 된다. 왜 미리 예방하지 못했는지, 어떻게 사후대처가 그토록 허술했는지 등을 함께 고민해도 부족한 시점에 누군가를 희생양 삼으려는 여론몰이로 상황을 개선시킬 기회를 날려버리곤 한다.

내년 한 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안전을 생각하며 또한 그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자리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그런 점에서 우리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사건들을 되짚어보며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길을 찾아보는 기회로 삼아 봐도 좋을 듯하다.

며칠 전 근방에서 벌어진 작은 소동 하나를 전해 들었다. 하필 공휴일에 유료주차장의 요금계산기가 고장이 났단다. 요즘 주차장은 모두 카드결제만 허용해 현금정산도 안 되는 상황도 당황스러웠지만 그보다는 요즘의 자동시스템들이 시스템에 에러가 발생하면 차단기도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입차는 물론 출차도 안 되니 바삐 차를 빼려던 고객들은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단순 안내역에 가까운 주차요원으로서는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공휴일에 문제 해소할 사람을 찾아 연락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시스템을 이해한 다른 고객의 도움으로 적절한 연락처를 찾아 문제 해결을 하긴 했지만 컴퓨터에만 의존하는 자동시스템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 당시 소동을 직접 겪은 이들이 느낀 것은 매사를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존하는 우리 사회가 자동시스템이 먹통이 될 때 어떤 재앙이 올 수 있을까 하는 염려였다고 한다.

이 경우도 시스템의 작동에 에러가 발생했을 때 대비할 수 있는 매뉴얼이 현장 직원들에게 충분히 숙지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의 모든 시스템들이 ‘만약의 경우’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은 소동은 확대해보면 우리 사회 전체의 위험에 대한 작은 경고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전기가 끊기는 순간 현대 도시들은 그대로 기능마비에 빠진다. 그 정도는 아니라 해도 네트워크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의 파장 또한 쓰나미와 같은 재앙을 초래한다. 지난번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로 벌어진 소동은 한 곳이 기능을 멈추었을 때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지 실감했었다. 현대사회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필자도 컴퓨터로 원고를 쓰고 보내는 일을 하지만 이 컴퓨터가 고장이라도 나면 순식간에 요즘 흔히 사용되는 시체말로 멘붕상태에 빠지고 만다. 낮 시간에야 수리할 길을 찾든 다른 컴퓨터를 빌리든 다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야간에는 그마저 안되니 해법을 찾지 못해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개개인의 일이 이런데 그게 전 사회를 대상으로 한 시스템일 경우 피해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 수준에 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런 ‘만약’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하다못해 조선왕조에서조차 조선왕조실록을 각각의 완질로 여러 군데 분산보관했다. 그랬기에 험난한 역사를 헤쳐온 오늘날에도 조선왕조실록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보존할 수 있었다.

이제 정부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국방에 힘을 쓰듯 시스템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도 더 신경을 쓰고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일자리도 그런 각종 사회시스템의 안전을 확보하는 쪽으로 확대시켜나갈 필요가 크다. 네트워크시스템에 누구보다 밝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역대 정부는 경영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갉아먹어왔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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