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석유화학 결산] 냉·온탕 오가···유가·에틸렌값 내년 전망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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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의 전략은?···LG화학 '전지'·롯데케미칼 '순수화학'·한화케미칼 '태양광'
사진=롯데케미칼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롯데케미칼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올 한 해 석유화학산업은 요동치는 국제유가에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원료비가 제조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 특성상 유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특히 올해는 유가 변동 폭이 커지면서 대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수요 부진과 석화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지난 2~3년간 호황을 뒤로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다운 사이클(업황 하락)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은 2차전지, 롯데케미칼은 순수화학,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소재를 강화하는 등 각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 뚜렷하게 갈리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2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업계 '빅3' 모두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급감했다. LG화학의 영업이익은 60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7% 감소했고,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은 전년 동기 대비 5036억원, 938억원으로 각각 34.3%, 56.4% 줄었다. 이들 모두 동기 대비 매출은 비슷하거나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두 자릿수 줄었다. LG화학은 1조95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4%, 롯데케미칼(1조8670억원)과 한화케미칼(4502억원)도 15.6%, 28.6%씩 각각 감소했다. 

석화산업은 나프타와 천연가스를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을 비롯한 올레핀제품 등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동 등 산유국에서는 가스원료의 사용 비중이 높지만 국내업체들의 경우 기초 원료로 대부분 나프타를 사용한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는 국내 정유업체 혹은 해외 수입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원재료인 나프타의 수급과 유가, 환율 변동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유가가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면 제품 가격도 이에 맞춰 조절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유가는 지속적으로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1월 배럴당 64달러대였던 두바이유는 10월 기준 84달러까지 상승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도 지난해 평균에 비해 1~9월 배럴당 31~33% 상승했다. 

유가가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게 되고, 제품 스프레드(최종 제품과 원료 가격 차이·마진)가 줄면서 전체 수익도 감소한다. 나프타 가격 변화에 따라 제품 가격인 에틸렌값도 일정 수준 이상 올라야 수익 개선이 가능하다. '나프타-에틸렌 스프레드'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3분기까지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이익이 감소했다면 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4분기는 어떨까. 

유가 하락이 원재료 가격을 낮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에틸렌 등 제품값 하락으로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4분기와 내년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과잉과 중국 수요 부진,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핵심 요인이다. 내년이면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에틸렌 설비가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에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제한적인 에틸렌 신증설과 제품 수급 요인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하락과 상승을 반복해오던 에틸렌 가격은 7월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 21일 기준 에틸렌 가격은 t당 941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1달러)과 비교했을 때 크게 줄었다. 다만 에틸렌이 지난 셋째 주 기준 상승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다. 7일 기준 841달러를 기록해 전주 대비 11.6% 하락했던 에틸렌 가격은 14일 기준 3.6% 상승한 871달러로 집계됐다. 

업체들은 각 사의 경영 전략에 따라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허수영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은 지난 10월 31일 열린 화학산업의 날 행사에서 "신산업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 고기능성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선 LG화학은 나프타분해시설(NCC)과 폴리올레핀(PO) 설비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등 전지 사업 영역을 크게 늘렸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올해 3분기 실적에서 기초소재 부문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전지부문은 1조7043억원의 매출액과 8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함으로써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LG화학은 기초소재 부문 수익성 둔화에 전지 부문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롯데는 오히려 기초소재 부문을 강화해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초부터 미국 에탄분해시설(ECC)과 에틸렌글리콜(EG) 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지난 2년간 공들인 북미 에탄크래커 공장이 내년 초부터 본격 가동된다. 북미 셰일가스를 활용하는 등 원료 다변화로 원가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4조원을 투자해 복합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4분기와 내년에도 대외 불확실성과 원료가 상승 등으로 수익 축소가 우려되지만 신증설 사업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태양광 수요 반등으로 내년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014년부터 태양광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기초소재 부문의 경우 공급 증가로 제품 가격의 약세가 예상되지만 태양광 부문은 원가 절감 효과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고 회사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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