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머니 500억 사기대출 '충격'
굿머니 500억 사기대출 '충격'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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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등록 원년에 터진 복마전
빼돌린 자금 행방 묘연... 감독체계정비 시급


대부업체인 굿머니가 500억원대 사기대출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15일 대부업체인 굿머니가 수도권에 사는 여성 320여명의 명의를 빌려 1억∼2억원씩 대출을 받아 이를 가로챘다고 밝혔다. 총 피해금액은 약 540억원 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기사 본지 4월 9일, 13일 기사참조>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굿머니는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피해자들의 명의를 빌린 후 이들 여성을 룸살롱 마담으로 위장해 1인당 1억원 이상의 대출금을 김천상호저축은행서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대출이 가능했던 것은 김천저축은행의 대표이사 감사 여신부장 등 일부 임직원이 굿머니 출신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사건의 최대 관심사는 굿머니가 김천저축은행으로부터 빼돌린 돈의 행방이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돈의 행방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빼돌려진 돈의 흐름이 밝혀져야만 사건의 전모가 알몸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이 사건과 관련, 모 정치인이 뒤에서 후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마저 나돌고 있다.

현재 굿머니와 김천저축은행의 대주주는 다르다. 외형적으론 각각의 개별 회사인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굿머니가 지난해 9월 김천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주주가 동일한 회사로 간주하고 있다. 검찰에서도 굿머니가 김천저축은행의 실질적 대주주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중이다

현재 굿머니의 대주주는 사채업자 출신의 김모씨(67년생)로 지분 93%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천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전 대주주인 김성태 씨에서 지난해 9월 윤교영씨의 소개로 현직 감사원 고위 관료인 A씨와 의사출신 B씨, 건설업자 황모씨 등 6명에게 넘어간 상태. 특히 현직 감사원 관료가 출자 대주주라는 점이 주목된다.

따라서 굿머니의 대주주인 김모씨와 현 김천저축은행의 대주주들과 어떤 사이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전 대주주인 김성태씨는 “지난해 9월 매각 당시 윤교영 씨의 중개로 하게 됐다”고만 밝혔으며, 감사원 관료가 대주주가 된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의사 B씨는 이와 관련, “친구 소개를 받아 지분에 참여한 것”이라며 명의를 빌려준 것이 아닌 공동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굿머니와 김천저축은행 대주주들간의 연결고리인 윤교영 전 김천저축은행 사장이 전모를 알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윤씨의 거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황상 보자면 이 사건은 굿머니 출신인 윤교영 김천저축은행 전사장과 굿머니 경영진간 짜고 친 단순 사기 사건일수도 있다. 그러나 김천저축은행의 대주주와 굿머니의 대주주가 동일인이었다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해 사금고로 썼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또 당시 김천저축은행의 주인이 바뀔 시기인 지난해 9월 김천저축은행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으며, 자칫 퇴출될 처지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금감원은 김천저축은행의 경영상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수시로 경영상태를 보고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김천저축은행은 지난해 10월과 같은 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약 50억원을 증자를 하면서도 경영난을 겪는 등 최악의 상태였다. 50억원 증자에도 김천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BIS 비율이 무려 마이너스 37.4%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천저축은행의 경영상태를 주시해온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이전까지 단 한차례도 제재하지 않았다. 이 시기는 대통령 선거준비가 있었던 어수선한 때였으며, 이 틈을 타 김천저축은행은 대출업체인 거성넷과 굿머니 등 대출대행업체에 무더기 대출을 내주고 있었던 것. 이 때 이 두 개 대출업체는 김천으로부터 받아낸 여신은 무려 576억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의 감독부재가 사기대출로 연결된 셈인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영업정지 당한 김천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부실여신)은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전체 여신 756억원 중 무려 5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2002년 12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45억원에 비해 두달새 약 10배 이상 늘어난 것.

김천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중 굿머니와 거성넷(굿머니와 특수관계 대출업체로 추정) 등 5개 대출대행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590억원대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굿머니 79억원, 거성넷 497억원등 소수의 특정 대출 대행업체에 약 576억원대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11월 설립된 회사인 거성넷은 자본금도 5천만원에 불과해 사기대출을 위해 급조된 회사임을 짐작케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감원은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이다. 금융당국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도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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