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신한금융그룹 사장단 인사…세대교체로 '조용병 체제'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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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물갈이로 자회사 CEO 전원 50대로 구성…전문성도 중시
잠재적 경쟁자 위성호 행장과 결별…'일본通' 진옥동 전진 배치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내정자, 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 이창구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내정자, 허영택 신한캐피탈 사장 내정자, 최병화 신한아이타스 사장 내정자, 이기준 신한신용정보 사장 내정자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 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내정자, 이창구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내정자, 허영택 신한캐피탈 사장 내정자, 최병화 신한아이타스 사장 내정자, 이기준 신한신용정보 사장 내정자. (사진=신한금융)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최고경영자(CEO) 일곱 명이 가고, 새로운 일곱 명이 왔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 신한금융그룹 얘기다. 신한금융의 오랜 관례인 '2+1(2년 임기 후 1년 연임)' 공식이 깨진 가운데 신한금융 측은 '세대교체'를, 금융권에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친정 체제 강화', 'CEO 리스크 해소' 등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을 각각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은 21일 임시 이사회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그룹사 사장단 후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자경위에서는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11명의 자회사 사장단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내년이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달성을 위한 마지막 해인 만큼 통상 2월에 실시하던 CEO 인사를 무려 두 달 가까이 앞당겼다. 조직의 활력과 역동성 제고를 위해 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후보(59년생)를 제외한 자회사 CEO 전원을 50대로 교체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파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게 신한금융 측 설명이다. 

이번 인사로 신규 선임된 CEO는 △신한은행장 진옥동 △신한금융투자 사장 김병철 △신한생명 사장 정문국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이창구 △신한캐피탈 사장 허영택 △신한아이타스 사장 최병화 △신한신용정보 사장 이기준 등 총 7명으로 임기는 각각 2년으로 정해졌다. 연임 CEO는 △신한카드 사장 임영진 △신한저축은행 사장 김영표 △신한DS 사장 유동욱 △신한대체투자운용 사장 김희송 등 4명이다. 각각 1년 연임이 결정됐다. 

◆신한은행장에 일본通 측근 선임→조용병 체제 강화 = 인사 내용을 보면, 신한금융 1등 자회사인 신한은행장이 조 회장과 가까운 인물로 채워졌다. 과거 신한금융 회장자리를 두고 조 회장과 2파전을 벌였던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결국 짐을 싸게 됐다. 금융권 관측인 '조 회장 체제 강화'가 아예 틀린 얘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은행장은 '일본통(通}'인 진옥동 내정자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진 내정자는 지난해 임원인사 당시 상무급인 SBJ은행(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 법인장에서 경영지원그룹장(부행장)으로 부행장보를 건너뛰고 단번에 2단계 승진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후 일본 오사카지점장, SH캐피탈 사장, SBJ은행 법인장 등 일본에서만 10여년을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냈다. 이런 까닭에 신한금융의 사실상 대주주인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교포 주주들과 연결고리가 약한 조 행장이 자신의 약점 극복을 위해 신한금융 내 '조용병 라인'으로 분류되는 진 내정자를 전략적으로 발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진 내정자는 일본현지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조 회장과 재일교포 주주 사이를 잇는 가교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진 내정자는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을 갖춰 그룹 내부의 신망이 두터우며, 조직관리 역량과 글로벌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해외 법인장 재직 당시 보여준 탁월한 경영 성과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룹의 최대 자회사인 신한은행장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한사태'에 발목 잡힌 위성호 신한은행장 = 위 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1년 연임에 실패하며 쓴 잔을 들이켰다. 두 사람은 신한금융의 대표적 CEO 리스크로 꼽히는 '신한사태(2010년 신한금융의 경영권 분쟁사태)' 및 '남산 3억원 사건'에 연루된 것이 주된 교체 배경으로 지목된다. 검찰수사 선상에 올라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008년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의 지시로 이상득 전 의원 측에 3억원을 건낸 남산 3억원 사건 관련 재판에서 위 행장(당시 신한금융 부사장)과 김 사장(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이 위증했다고 판단하고 재수사를 권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0년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신한금융의 경영권을 두고 고소·고발전을 벌인 신한사태 과정에서 불거졌다. 특히 위 행장은 신한사태 당시 라 전 회장 계파에서 활동했으며, 신 전 사장을 축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위 행장은 신한카드 사장을 역임했을 때도 시민단체로부터 위증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자경위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퇴임하는 임원들에 대해서는 회장 후보 풀에 넣어 인재육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1년 뒤엔 (회장) 경선을 해야 한다"며" 외부에서 모셔올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지만 결국엔 내부의 인재들이 탄탄하기 때문에 그분들은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 행장과 김 사장의 부활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위 행장과 김 사장 등이 그룹을 떠나면 신한사태 당시 그룹의 주요 임원을 맡고 있던 인물들은 더 이상 신한금융에 남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 젊은 50대 CEO 전진배치 '세대교체' 본격화 = CEO들의 평균 연령을 고려하면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힌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신한생명 정문국 사장 내정자(1959년생)를 제외한 전원이 60년생 이후의 50대 CEO로 전원 교체되는 등 성과와 역량이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배치됐다. 이를 통해 그룹사 CEO의 평균 연령은 기존 60.3세에서 3.3세 감소한 57세로 낮아지게 됐다. 이날 발탁된 신한금융투자 김병철 사장 내정자와 신한아이타스 최병화 사장 내정자, 두 사람은 1962년생(만 56세)으로 사장 내정자 중 가장 젊다.  

이 가운데 김 내정자는 2012년 외부에서 영입된 이후 지속적인 사업성과 창출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신한금융 내 자산운용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유안타증권(옛 동양종금증권)에서 오랜 기간 채권 전문가로 지낸 뒤 신한금융에서는 그룹 투자운용(GMS)사업부문장을 역임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투를 그룹 내 자본시장의 허브로 이끌어 갈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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