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금융] 허술한 '내부통제' 일파만파...초대형 IB 육성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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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진 속 '다사다난' 증권업계
삼성證 초유의 '유령배당' 사고·증권사 간 소송 '현재 진행형'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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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증시가 천당에서 지옥을 오간 가운데, 증권업계에선 유독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증권사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잇달아 발견되고, 불신이 초래된 사고가 일어나며 소비자에 큰 실망을 안겼다. 증권사 간 소송을 통한 진흙탕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 해 동안 증권업계에서 일어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삼성증권이 일으킨 '유령주식' 사태다. 지난 4월6일, 삼성증권은 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에 대해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한 주에 1000원 대신 주식 1000주를 지급하는 초대형 실수를 저질렀다. 

직원 2018명에게 28억1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했지만, 28억1000만주를 입고한 것이다. 당시 전날 종가 기준, 1주에 3980만원어치 주식을 나눠준 셈이다. 이렇게 잘못 지급된 전체 주식은 무려 112조 6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주식이 고스란히 거래된 것이다. 

사태는 증권사 내부통제 미비·관리시스템 체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 더구나 일부 직원은 '주식이 잘못 입고됐으니 팔지 말라'는 회사 측의 수차례 경고에도 이를 무시하고 눈앞의 대박을 좇아 매도했다. 시장의 교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고객으로 하여금 신뢰가 요구되는 증권사 직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는 뭇매를 맞기에 충분했다. 

'유령주식' 사태로 증권사 시스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공매도 존폐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달 28일 정례회의에서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한,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를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GSI)에 75억48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국이 무차입 공매도에 제재를 가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30일부터 이틀간 차입하지 않은 상장주식 156개 종목(401억원어치)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내 공매도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대여기관이나 차입기관 감독자의 승인 없이도 차입 담당자가 임의로 차입 된 것으로 입력할 수 있는 등 내부통제가 미흡했다. 또 유진투자증권이 일으킨 '해외 유령주식' 사고도 증권사 해외주식거래 시스템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증권사 간 소송을 통한 '진흙탕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가 지급 보증한 CERCG캐피탈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공식 부도처리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특수목적회사(SPC)인 '금정제12차'를 통해 16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고, 이후 현대차증권(500억원)과 KB증권(2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등 금융사 9곳이 이를 매입했다. 하지만 CERCG 자회사가 발행한 1조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이 지난달 8일 부도 처리됐고 이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ABCP도 이튿날 곧바로 부도 처리됐다.

ABCP를 가장 많이 사들인 현대차증권이 2분기에 매입액 500억원 중 225억원을 손실 처리하는 등 ABCP를 매입한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 이에 채권단은 CERCG측과 협상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고, 국내 금융사 간에 소송전이 벌어졌다.

현재 현대차증권, BNK투자증권,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은 주관사 역할을 했던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주관사가 아닌 자산관리자일 뿐이라며 책임이 없다고 반박해 양측의 공방은 치열한 양상이다.

앞서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현대차증권에 해당 ABCP에 대한 매매계약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증권이 ABCP를 다시 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소송의 골자다. 반면 현대차증권은 공식적으로 확약한 예약매매가 아니라고 반격하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은 절반의 성공도 거두지 못했다. 금융위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기 위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을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하지만 초대형IB의 핵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는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만 내줬다. 나머지 3곳은 저마다의 결격 사유로 심사가 미뤄진 까닭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가 회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이다.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4조8000억원인 NH투자증권의 경우, 이론적으로 10조원이 조달 가능해 자금 운용 능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진출은 당분간 요원한 상태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거론됐던 KB증권은 올 초 금융당국의 '불인가' 의견에 '사업성 재검토'를 이유로 인가 신청을 철회했다. 이후 직원의 횡령 사건까지 불거지며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사가 진행되면서 심사가 전면 보류됐다. 삼성증권은 대주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으로 심사가 중단됐다. 더욱이 '배당오류' 사고와 관련, 금융당국이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징계를 내리면서 향후 2년 동안 신사업을 할 수 없게 돼 발행어음 사업 진출은 더욱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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