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경제] 기껏 돌아온 도루묵, '말짱 도루묵' 되나
[낚시와 경제] 기껏 돌아온 도루묵, '말짱 도루묵'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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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생태탕, 대구탕처럼 시원하고 얼큰해 겨울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가 도루묵찌개다. 무를 깔고 그 위에 도루묵을 얹고 매콤한 양념장과 파, 마늘 등을 넣고 끓이면 맛있는 음식이 탄생한다. 겨울철 주당들에겐 안주가 되고 한 끼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다.

도루묵은 농어목에 속하는 생선으로 크기는 보통 20cm 전후다. 겨울철이 되면 연안까지 떼를 지어 들어오는데 새벽에 백사장에 나가보면 파도에 떠밀려온 도루묵 알이 지천에 널려있기도 하다.

강원도 내 생선구이 식당에서는 사시사철 도루묵구이를 반찬으로 내놓은 경우도 많다. 그만큼 흔해 값이 비싸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찐득한 도루묵은 알은 몸집에 비해 크고 톡톡 터지는 식감이어서 즐겨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도루묵은 낚시가 아닌 통발을 이용해 잡는다. 통발을 던져두면 알아서 통발 속으로 들어가기에 낚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자리만 잘 잡으면 생선을 넣는 아이스박스 몇 개를 쉽게 채울 수 있다. 점성이 있는 알을 통발에 넣어두면 방사를 하기 위해 수컷들이 몰려드는데 이런 경우 10분만 넣어둬도 통발의 절반 넘게 차기도 한다.

12월 초가 되면 동해안에 도루묵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되면 도루묵을 잡기 위한 행렬이 늦은 밤까지 이어진다. 조금이라도 잘 나온다는 소문이 난 곳은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도루묵을 잡기 위해 밤샘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이 한창 그런 때다.

이렇다 보니 볼썽사나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늦게 온 사람에게 텃세를 부리기도 하고 잠깐 눈을 붙이는 이들의 통발을 거둬가는 일까지 발생한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들리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1개만 허용된 통발 개수를 무시하고 여러 개를 던지기도 한다. 심지어 그렇게 잡은 도루묵을 팔기까지 한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주변환경이 더러워지고 새벽까지 시끄러워지면서 몇 년 전부터 일부 마을에선 아예 도루묵잡이를 금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12월이 되면 몰려드는 도루묵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70~80년대만 해도 도루묵은 무척이나 흔한 생선이었다. 그나마 알배기 암컷은 인기가 있었지만 수컷은 살마저 별로 없어 인기가 없었다. 겨울철 입이 심심하면 간식으로 구워먹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도 만선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생선이어서 명태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잡아올렸다고 한다.

남획과 함께 수온변화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흔하디흔하던 도루묵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고 자연스럽게 귀한 생선 반열까지 올랐다. 어민들은 힘을 합쳐 도루묵 개체수 늘리기에 나섰고 그나마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다. 어민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겨울철 별미인 도루묵찌개를 대도시에서 맛보기 어려울 뻔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늘 '조금 더 많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본성이기에 이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인간에겐 자제력도 있다. 더 갖고 싶지만 참는 것이 인간의 미덕이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 듯 제철을 맞은 도루묵도 먹을 만큼만 잡아야 할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연안에서 계속해서 잡는다면 도루묵 개체수는 줄어들 것이고 이를 복원하기 위해 또다시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이 들 것이다. 게다가 도루묵잡이를 위해 외지에서 온 이들과 지역주민들간 갈등이 커진다면 채집금지구역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도루묵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어민의 땀이 자칫 '말짱 도루묵'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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